Once Around The Room: A Tribute To Paul Motian – Jakob Bro, Joe Lovano (ECM 2022)

폴 모션의 추억에 머무르지 않는 진중한 추모 앨범

2011년에 세상을 떠난 드럼 연주자 폴 모션은 드럼 연주자 이상이었다. 그는 타악기의 울림, 질감을 섬세히 활용한 드럼 연주자였으며 새로운 연주자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개성이 드러나도록 장을 마련해 주는 포용력 있는 리더였고 개성강한 작곡가이자 사운드 창작자였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많은 동료 및 후배 연주자들의 존중을 받았고 사후에는 지속적인 추억과 헌정의 대상이 되었다.

기타 연주자 야콥 브로와 색소폰 연주자 조 로바노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이번 앨범도 고인에 대한 헌정의 마음을 담고 있다. 두 연주자가 고인의 10주기에 즈음해 앨범을 녹음하게 된 데에는 각각 고인과 각별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먼저 색소폰 연주자는 1980년대 초반부터 고인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함께 했다. 그리고 기타 연주자는 고인의 2004년도 앨범 <Garden Of Eden>에 참여하며 인연을 시작해 자신의 2009년도 앨범 <Balladeering>에 고인을 부르기도 했다. 또한 색소폰 연주자와 기타 연주자는 그들대로 2009년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기획된 앨범인 만큼 이번 앨범은 폴 모션의 그림자를 느끼게 한다. 일단 앨범 표지부터 폴 모션-빌 프리셀-조 로바노 트리오의 명작 <I Have the Room Above Her> (2005)를 연상시킨다. 또한 첫 곡 “As It Should Be”는 고인의 트리오 앨범 <It Should’ve Happened a Long Time Ago>(1985)의 타이틀 곡을 은근히 암시한다.

사운드는 더욱 그렇다. 악기들이 여유 있는 듯 하면서도 팽팽한 긴장으로 높은 밀도를 유지하곤 했던 폴 모션의 음악을 추억하게 한다. 하지만 두 연주자의 고인에 대한 추모는 추억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를 바탕으로 어쩌면 고인이 미완으로 남겨두었을 지 모르는, 보다 확장된 음악을 선보인다. 두 리더가 연주하는 색소폰과 기타에 베이스 셋과 드럼 둘을 합류시킨 편성이 그렇다. 일렉트릭 밴드를 운용하며 기타를 둘이나 셋을 사용하곤 했던 고인의 방식을 변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특이한 편성에서 많은 감상자들이 다소 복잡하고 여백 없는 꽉 찬 사운드를 예상할 것 같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색다른 셉텟의 음악은 너무나도 잘 정돈된 모습을 보인다. 오케스트라의 합주처럼 베이스와 드럼들은 겹치는 대신 조화로이 펼쳐지고 아름답게 교차한다. 그렇다고 편곡을 정교히 했다는 것이 아니다. 앨범 타이틀 곡이나 고인의 곡을 연주한 “Drum Music”이나 “Sound Creation”처럼 집단 즉흥 연주의 성격이 강한 곡들에서조차 각 악기들은 명확히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소리를 낸다. 즉, 공간을 현명히 공유한다는 것이다. 고인을 향한 애정과 그리움을 담은 서정적 연주 곡 “Song To An Old Friend”이 쿼텟 연주처럼 들리는 것도 이 절묘한 어울림 때문이다.

나는 이 앨범을 들으며 만약 폴 모션이 이 앨범에서 드럼 연주를 하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높은 수준의 추모는 단순히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현재로 고인을 불러와 불가능한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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