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보컬 큐한은 평범한 듯하면서도 색다른 맛이 있다. 편안하게 느껴지면서도 사운드에서 살짝 도드라진다고 할까? 그래서 때로는 다른 결을 보인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첫 앨범 <널 만나러>(2010)이나 프로젝트 그룹 앨범 <모색>(2012)은 규한을 중심으로 묘한 긴장이 흐르곤 했다.
10년만에 선보이는 이번 앨범은 좀 다르다. 이질적 긴장이 보이지 않는다. 9곡 중 한 곡을 제외한 모든 곡이 자작곡이기 때문일까? 확실히 아이에 대한 사랑, 반려견과 함께 하는 기쁨, 사랑의 두근거림, 인적 드문 바다의 쓸쓸함, 계절의 변화, 지난 날의 추억 등 직접 일상에서 느낀 가사와 멜로디를 노래했기에 정서적으로 더 가까이 다가온다. 하지만 나는 그 전에 편성을 피아노 하나로 축소한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내면의 느낌을 표현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이 있을까? 게다가 이명건은 있는 듯 없는 듯 노래 뒤에서 부드러운 바람처럼 그저 흐르기만 한다.
특히 “눈소리”, “Woodside”, “마지막 편지”로 이어지는 후반부는 큐한의 그간 감춰졌었다고 해도 좋을 시정을 제대로 맛보게 한다. 쉬운 듯 하면서 묘했던 큐한의 노래가 지닌 매력을 확인하게 하는 곡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