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마리아 킴의 여섯 번째 앨범으로 베이스 연주자 김대호와 함께 했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녀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했다. 아니 이제는 노래하며 피아노를 연주했다는 편이 더 맞을 지 모르겠다. 베이스와 듀오를 이루어 간결하게, 그리고 감칠맛 나게 펼친 피아노 연주 이상으로 노래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니 말이다.
물론 이전 앨범들에서도 그녀의 노래는 안정적으로 빛이 났다. 그러나 이번 앨범이야말로 나는 그녀의 보컬 능력이 제대로 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피아노-베이스 듀오의 단출한 편성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녀의 노래는 연주를 배경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두 악기와 트리오를 이루는 리드 악기처럼 다가온다.
여기에 그녀가 노래한 곡들의 면모 또한 이 앨범을 보컬로서 그녀의 깊이를 깨닫게 한다. 이전 앨범들에서 그녀는 널리 알려진 스탠더드 곡들을 노래했다. 그 기조는 이번 앨범에서도 이어졌지만 그래도 “Better Than Anything”이나 “Centerpiece”처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곡들이 포함된 것을 보면 그녀의 개인적 선호가 가장 많이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가볍게 흔들리면서도 적절한 무게감을 유지한 그녀의 노래는 앨범의 개인적인 느낌을 더욱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