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Gone – Joshua Redman, Brad Mehldau, Christian McBride, Brian Blade (Nonesuch 2022)

네 연주자의 90년대 청춘 시절을 떠올리는 연주

1994년 조슈아 레드맨 쿼텟의 이름으로 발매된 앨범 <Mood Swing>은 조슈아 레드맨을 비롯해 브래드 멜다우, 크리스티안 맥브라이드, 브라이언 블레이드 등 20대 연주자들이 재즈계를 이끌 자격을 갖추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또한 그룹으로서의 강렬한 존재감은 개별 연주자를 넘어서는 지속에 대한 열망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기대대로 각각 재즈의 주요 인물로 떠오른 네 연주자가 다시 한자리에 모이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그 누가 이들이 다시 모이기까지 26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을까?

2020년에 발매된 쿼텟의 두 번째 앨범 <RoundAgain>은 그 기다림에 부응하듯 네 연주자의 농밀한 호흡과 솔로 연주로 다시 한번 감상자의 가슴을 흔들었다. 이 때까지도 네 연주자가 그룹 활동을 이어 가리라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워낙 네 연주자가 각각의 활동으로 바빴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 펜데믹으로 활동을 많이 하지 못해 여유가 있었던 것일까? 두 번째 앨범 발매 이후 2년 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새로운 앨범 <LongGone>을 발매했다.
이번 앨범에서도 쿼텟의 연주는 탄탄하다. 완벽하다. 그런데 흠 잡을 수 없는 네 사람의 연주는 2년 전의 앨범보다 훨씬 더 과거를 추억하게 한다. 사실 앨범 <RoundAgain>은 모처럼 네 사람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반가움만큼 그 사이 청춘을 지나 중년의 삶을 살고 있는 네 연주자의 깊어진 음악적 내공을 확인하게 했다. 그래서 다음 앨범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시적인 느낌이 강했다. 종종 기획되는 슈퍼 밴드의 느낌을 주었던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오랜만에”라는 다소 역설적인 타이틀을 앞세운 이번 앨범은 단번에 우리를 1994년으로 데려간다. 타이틀 곡이 대표적이다. 테마의 멜로디부터 오밀조밀한 솔로, 그리고 전체 사운드의 질감까지 26년 전을 상기시킨다. 아예 <Mood Swing>에 수록된 곡, 아니 1994년 3월에 녹음되었지만 아쉽게도 실리지 못했던 미공개 곡이라 해도 믿길 정도다. 여기에 5곡의 스튜디오 연주에 추가 된, <Mood Swing>앨범 에 수록되었던 “Rejoice”의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SFJAZZ 센터 라이브 연주도 이 앨범이 보다 직접적으로 28년 전을 지향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여기에는 당시 조슈아 레드맨을 중심으로 모였던 것처럼 다른 세 연주자들이 어느덧 묵직해진 존재감을 뒤로 하고 그룹을 우선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자신, 동료들 사이에서의 역할로 돌아가 연주했다고 할까? 그 결과 <RoundAgain>이 아주 오랜만의 동문회 같았다면 이번 앨범은 어제 밤에 술을 함께 마신 친구들이 다음 날 아침에 아무일 없듯이 만난 것에 더 가깝다.

따라서 이 앨범은 네 연주자들이 모여 새로운 재즈의 최전선을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니라 에서 활동하는 네 연주자들이 지난 날을 기억하고 되살리는 다소 복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네 사람은 왜 과거를 돌아보려 했을까? 단지 감상자들을 생각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그만큼 나이가 들고 성숙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재즈의 중심에서 매순간 새로움을 향해 달리던 네 사람 모두 휴식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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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연주자의 90년대 청춘 시절을 떠올리는 연주 1994년 조슈아 레드맨 쿼텟의 이름으로 발매된 앨범 <Mood Swing>은 조슈아 레드맨을 비롯해 브래드 멜다우, 크리스티안 맥브라이드, 브라이언 블레이드 등 20대 연주자들이 재즈계를 이끌 자격을 갖추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또한 그룹으로서의 강렬한 존재감은 개별 연주자를 넘어서는 지속에 대한 열망을 불러...Long Gone - Joshua Redman, Brad Mehldau, Christian McBride, Brian Blade (Nonesuch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