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Dance – 우미진 (Four Hands Music 2022)

공간과 대상에 대한 깊은 감성 어린, 완벽한 표현

뮤지션은 음악으로 감상자에게 말을 건다. 감상자가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를 바란다. 자신의 연주를 녹음해서 그냥 소장하는 것에서 나아가 앨범으로 발표하는 것에는 이런 바람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음악은 추상적이다. 연주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기도, 감상자가 그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연주 음악은 더 하다. 물론 이 추상적 언어를 사이에 둔 연주자와 감상자의 긴장은 그 자체로 음악적이다. 그래도 감상자로서는 곡 제목을 보고 상상을 따라가면서도 무엇인가 핵심을 놓친 듯한 느낌에 아쉬울 때가 많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미진의 이번 솔로 앨범은 곡의 주제가 연주로 잘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무척 만족스럽다. 게다가 그녀가 쓴 곡들이 비교적 쉽게 표현 가능한 정서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특정 대상, 공간을 주제로 하고 있기에 더 놀랍다. 앨범 타이틀 곡이 대표적이다. 표현하기 어려운 우주의 움직임을 피아노 연주자는 왼손과 오른손이 숨가쁘게 움직이고 교차하는 연주로 어지러운 듯 하면서도 일련의 규칙으로 움직이는 별들과 혜성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우미진의 이번 앨범에 담긴 솔로 피아노 연주는 곡 제목을 매우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표현주의 연주라 할 수 있을까? 마치 가사가 있는 곡을 듣는 것 같다.

그녀의 연주가 지닌 미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목에 밀착된 연주이면서도 감상자의 상상을 제한하지 않는다. 그녀가 만든 공간 속에, 대상 곁으로 감상자를 끌어당긴 후 감상자가 자기 입장에서 (그녀가 곡을 쓰고 연주하면서 보고 느꼈을) 공간과 대상을 상상하게 한다. 그래서 “Cosmic Dance”에서는 별들의 움직임을 보는 것에서 나아가 그 일련의 움직임에 담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Flow Like A Rive”의 경우 유려한 흐름과 완급으로 무심히 흘러가는 강물을 떠올리게 하더니 이내 시간의 흐름에 대해 사색하게 만든다. “Where You Stay”도 그렇다. 침묵 어린 공간을 그리게 하면서 그 안에 흐린 정서를 담아 나의 현재를 살피게 한다.

능란한 표현력은 단지 손가락 연습 만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아마도 다수의 감상자는 <Azure Walk>(2010)과 <Tell Me Your Story>(2013) 그리고 두 장의 EP로 발매된 <보통사람>(2016), <보통사람 Part. 2>(2017)이 그녀의 모든 앨범으로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번 앨범이 첫 피아노 솔로 앨범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허밍노트라는 프로젝트 명으로 46곡의 연주 곡을 매달 서너 곡씩 싱글로 발매했다. 이들 곡들에서 그녀는 계절과 시간의 흐름, 일상의 소소한 느낌을 주제로 한 담백하게 드러냈다. 바로 이 연주가 이번 솔로 앨범의 바탕이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번 앨범을 46곡의 싱글 곡들의 연장으로만 이해하지 말자. 앨범에 담긴 9곡의 연주는 그보다 훨씬 더 감성적이며 표현이 깊기 때문이다. 가을에 생각하며 듣기 좋은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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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대상에 대한 깊은 감성 어린, 완벽한 표현 뮤지션은 음악으로 감상자에게 말을 건다. 감상자가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를 바란다. 자신의 연주를 녹음해서 그냥 소장하는 것에서 나아가 앨범으로 발표하는 것에는 이런 바람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음악은 추상적이다. 연주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기도, 감상자가 그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Cosmic Dance - 우미진 (Four Hands Music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