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ke Minds – Alan Broadbent Trio (Savant 2022)

평범하면서도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우정 깊은 연주

재즈 역사는 특별한 아우라로 새로운 스타일을 개척했던 연주자들을 주로 기억한다. 그래서일까? 파격적 형식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던 연주자들에게 관심을 그리 두지 않는 것 같다.

피아노 연주자 앨런 브로드벤트도 그런 연주자에 해당한다. 이 뉴질랜드 출신 연주자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솔로 연주 활동을 해왔다. 솔로 연주부터 트리오, 쿼텟, 빅 밴드 등 시도한 편성 또한 다양했다. 그러나 그 활동에 비해 솔로 연주자로서 그에 대한 관심은 의외로 크지 않다. 그보다는 찰리 헤이든 쿼텟 웨스트의 멤버, 나탈리 콜, 다이안 슈어, 다이아나 크롤, 제인 몬하이트 등 보컬들의 편곡자 혹은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활동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다.

그가 사이드 맨으로 더 주목을 받았던 것에는 그에게 지원을 요청한 연주자나 보컬들의 면모가 대단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스스로 동료들의 음악을 지원하는 것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지금까지 그가 발표했던 리더 앨범들은 유명 연주자들을 위해 빅 밴드나 오케스트라 편곡을 하고, 그 밴드에서 리더가 돋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 연주하다가 잠시 짬을 내어 편안하게 마음 맞는 동료 연주자들과 함께 애프터 아워즈 세션을 하는 느낌으로 녹음한 것 같았다. 여기에 주로 마이너 레이블에서 앨범이 제작되었다 보니 그만큼 덜 알려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리더 앨범들은 최우선은 아닐지라도 한번쯤은 조망해볼 가치가 있다. 특히 그의 트리오 앨범들은 전통적인 피아노 트리오의 어법을 충실히 계승한 연주와 넉넉하고 편안한 정서가 참 매력적이다.

마음 맞는 연주자들과의 편안한 연주에 주력했기 때문인지 40년이 넘게 솔로 앨범을 녹음하면서 그는 함께 하는 연주자의 변화를 그리 주지 않았다.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210년대 초반까지 베이스 연주자 푸터 스미스, 드럼 연주자 켄달 그레이 혹은 프랭크 깁슨 주니어와 트리오를 이룬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 2019년 사반트 레이블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베이스 연주자 하비 S. 드럼 연주자 빌리 민츠와 트리오를 이루어 활동하고 있다. <Like Minds>는 이 새로운 트리오의 세번째 결과물이다.

이전 두 앨범에서 트리오는 스탠더드 곡이나 다른 연주자들의 곡을 중심으로 자작곡을 곁들여 연주했다. 그 연주는 피아노-베이스-드럼의 사이 좋은 어울림을 바탕으로 느긋하고 편안하게 흘렀다.

이번 새 앨범도 마찬가지다. 세 연주자가 한층 더 깊어진 어울림(Like Minds)을 보여준다. 빠른 속도의 열정적인 연주에서도 알란 브로드벤트의 피아노는 쿨~하고 하비 S의 베이스는 여유롭다. 그리고 빌 민츠의 드럼은 부드러운 스윙감을 잃지 않는다. 피아노 트리오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상적인 모습과 맛을 제대로 느끼고 맛보게 하는 연주다. 비슷한 연배의 친구들끼리 서로의 공통된 음악 경험을 특별한 편곡 없이 즉흥적으로 나누는 것 같은 연주다. 그래서 트리오의 연주는 싱그러우면서도 안정적이다. 이것이 전통적이며 편안한 트리오 연주를 담은 무사한 앨범들과 작은 차이를 만든다.

트리오가 연주한 9곡의 면모 또한 이 평이한 듯한 앨범을 색다르게 바라보게 한다. 특히 행크 모블리의 “This I Dig Of You”를 시작으로 버드 파웰, 소니 롤린스, 찰리 파커 등 선배 연주자들의 곡을 연주한 것도 이 평이한 듯한 앨범을 색다르게 만든다. 이들 곡에서 트리오의 연주는 지난 시대와 선배 연주자에 대한 경의를 표하면서도 신선한 정서를 발산한다. 그리고 그 신선함은 전통에 대한 어떤 음악적인 의도라기보다는 세 연주자가 편안한 분위기 속에 스스럼 없이 재치를 발휘한 결과이다.

한편 앨런 브로드벤트의 자작곡인 “Prelude To Peace”와 피아노 연주자가 50여년 전 오스트레일리언 재즈 쿼텟 활동 시절에 연주했었다는 “With The Wind And The Rain In Your Hair”에서의 싱그러운 질감의 연주는 이 트리오의 정체성,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낸 곡이 아닐까 싶다.

우정은 오랜 시간 함께 추억을 쌓는 과정을 거쳐야 깊어진다. 앨런 브로드벤트와 두 친구들의 연주는 갈수록 깊어지는 우정을 확인하게 한다. 확실히 이들의 어울림은 이전 두 장의 앨범보다 더 깊어졌다. 그것이 언뜻 평범한 이 앨범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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