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적인 것에 대한 명상적인 탐험
영국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샤바카 허칭스는 그룹 “Sons of Kemet”과 “Shabaka and the Ancestors”, “The Comet Is Coming”을 동시에 운영하며 록, 재즈, 일렉트로니카, 펑크, 아프리카 및 카리브 음악 등을 결합한 색다른 음악을 선보여왔다. 재즈가 기본적으로 여러 문화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졌고 이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지만 그의 음악은 재즈의 관점에서도 혼성의 느낌이 매우 강했다.
그것은 음악을 사고하는 방식은 재즈적이지만 그의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는 재즈가 가장 적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그의 음악이 미국에서 만들어진 재즈의 규범을 벗어나 있다. 재즈 연주자들이 프리 재즈 이후 이국적인 것에 관심을 가졌고, 퓨전 재즈 이후에는 다양한 팝 장르 음악을 수용했다고 하지만 샤바카 허칭스의 경우는 그와 또 결이 다르다. 미국 출신이 아니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무속적인 느낌까지 드는 이국적인 요소를 프리 재즈나, 퓨전 재즈를 건너 뛰어 곧바로 현재에 연결하려 한다고 할까? 그래서 그의 음악은 원초적인 생명력이 느껴지는 동시에 현대적인 맛이 강하다.
그동안 이 색소폰 연주자가 선보인 시공간을 건너 뛴 아프리카 음악은 뜨거운 열기 가득한 리듬의 중심에 있었다. 그 리듬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현재의 서구 음악에 접목시켜 신선한 흥겨움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30분이 채 안되는 양의 EP 형식의 이번 솔로 앨범은 다르다. 첫 곡 “Black Meditation”처럼 매우 명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리듬은 안으로 감추고 신비로운 침묵 사이로 멜로디가 부드럽게 흐르는, 아니 스며드는 음악이 중심을 이룬다. 게다가 색소폰 대신 플루트, 클라리넷 그리고 일본 전통 관악기 사쿠아치를 오버 더빙을 통해 층층이 쌓아 놓아 이국적인 것을 넘어 우주적이기까지 하다. 그렇기에 감상자를 아프리카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넓은 추상, 명상의 여행을 나서게 한다.
그럼에도 이번 앨범이 아프리카적인 것, 이국적인 것에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은 맞다. 기독교와 아프리카 토속 신앙의 결합인 라스파타리즘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확실한 “Ital Is Vital”,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쇼나족이 조상을 부를 때 사용하곤 했다는 악기인 음비라(Mbira, 손가락 연주 악기)를 사용해 “미묘한 인식의 차원”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주술적인 차원에서 바라보게 만든 “The Dimension Of Subtle Awareness”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또한 오버 더빙으로 여러 개의 사쿠아치를 연주해 기억의 복잡한 축적과 사라짐을 표현한 듯한 “Memories Don’t Live Like People Do”이나 “Ritual Awakening” 등도 명상 여행의 시작이 아프리카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
이번 앨범을 통해서 샤바카 허칭스는 자신의 음악적 관심이 아프리카에 있음을 다시 한번 명확히 밝혔다. 그 방식이 달랐던 것은 코로나 펜데믹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다면 이후 그의 세 그룹 중 하나가 이 쿨한 연주에 열기를 넣어 다시 연주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마지막 곡이 “Rebirth”인만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