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Scofield – John Scofield (ECM 2022)

존 스코필드의 증명 사진 같은 앨범

색소폰 연주자 제리 멀리건,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1974년도 라이브 앨범을 통해 주목 받은 후 1977년 앨범 <John Scofield Live>를 시작으로 2020년도 앨범 <Swallow Tales>에 이르기까지 기타 연주자 존 스코필드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재즈부터 아방가르드, 재즈 록/퓨전 재즈, 펑키 재즈 등 참으로 재즈의 다양한 영역을 가로질렀다. 그 과정에서 재즈 사를 빛낸 전설적 연주자들부터 개성을 막 발하기 시작한 신예 연주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연주자들을 만났고 그들과 다채로운 편성을 이루었다. 어떠한 편성,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이 기타 연주자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여러 이펙터를 활용해 만들어 낸, 퍼지(Fuzzy)한 기타 톤과 뒤뚱이는 듯 하는 듯한 절묘한 리듬 감은 그를 다른 연주자들과 구분짓게 하는 스타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그는 탁월하고 확연한 솔로 연주자이지만 동시에 그룹 지향의 연주자였다. 그는 사운드를 화려하게 만들어 주고,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리듬 섹션 연주자와 함께 하기를 즐겼다. 50여년 동안 발표한 수 많은 앨범들 중에 솔로 앨범이 없는 것이 그 증거이다. 하지만 2019년부터 세계를 휩쓴 코로나 19 펜데믹은 그에게 올곧이 혼자 자신의 음악을 되돌아볼 시간을 제공했다. 이 앨범은 바로 그 고독한 숙고의 결과를 담고 있다.

다른 장식 없이 자신의 이름을 앨범 타이틀로 사용한 것처럼 이 앨범에서 기타 연주자는 “이게 바로 나에요”라고 말하려는 듯 자신의 음악적 핵심을 담백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솔로 앨범이라고 해서 다른 연주자들처럼 혼자서 동시에 리듬과 솔로를 연주하는 대신 따로 리듬을 연주하고 오버 더빙으로 솔로를 연주하거나 루핑 머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두 명의 존 스코필드가 대화하는 듯한 연주를 펼쳤다. 그래서 빌 에반스의 <Conversation With Myself>(1963)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게다가 곡에 따라 밴드 연주를 위한 데모 연주 같은 풋풋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것은 우리가 밴드 연주자 존 스코필드에 너무 익숙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보통 솔로 앨범은 연주자의 감추어진 내면 혹은 그동안 밴드 연주 속에서 가려져 있던 진솔한 모습-시정(詩情)이라 부르곤 하는-을 확인하게 해주곤 한다. 이 앨범도 마찬가지다. 기타 연주자는 편성과 사운드를 최대한 축소한 상황에서 여느 때보다 더 확실히 자신의 감성을 담아 테마를 확장하거나 뒤튼다.

그러나 이 솔로 앨범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연주된 곡들의 면모이다. 이 앨범에서 그는 그동안 자신이 가로질렀던 여러 스타일을 추억하게 하는 곡들을 다시 연주했다. 예를 들면 제리 멀리건, 쳇 베이커 그룹의 1974년 카네기 홀 공연 시의 추억을 꺼낸 듯한 “There Will Never Be Another You”나 트럼펫 연주자 케니 도햄의 솔로에서 영감을 얻어 연주했다는 “It Could Happen to You”는 느긋하게 스윙하는 전통적인 기타 연주자로서의 모습을 확인하게 한다.

이어 “Since You Asked”, “Honest I Do”를 비롯해 “Mrs. Scofield’s Waltz”, 등의 곡은 앨범 <Time on My Hands>(1990), <Grace Under Pressure>(1992), <Works For Me>(2001)에서 연주했던 곡들로 각각 조 로바노, 빌 프리셀, 브래드 멜다우 등과 함께 했던 연주와 비교 감상을 통해 포스트 밥 계열의 연주를 펼치던 시절의 존 스코필드의 음악적 중심을 확인하게 한다.

한편 버디 홀리의 곡을 연주한 “Not Fade Away”, 행크 윌리엄스의 곡을 연주한 “You Win Again”, 그리고 “Danny Boy”에 담긴 목가적 서정과 위트는 2016년도 앨범 <Country For Old Men>에서 보여주었던 포크, 컨트리 스타일-아메리칸 루츠 뮤직이 불리는-에 대한 애정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이번 솔로 앨범에서 존 스코필드는 음악 특성상 밴드 연주에 적합한 펑키, 퓨전 스타일을 제외하고 그 동안 자신이 해온 여러 음악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이 다양한 스타일들이 단순히 자신의 폭 넓은 음악적 관심을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그 자신의 음악을 종합적으로 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존 스코필드의 음악은? 이란 질문에 가장 확실한 답변을 담은 앨범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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