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bela – Oded Tzur (ECM 2022)

이국적 형식의 감성적 해석이 만들어 낸 매혹

지난 2020년에 발매된 이스라엘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오디으 쭈르의 ECM 레이블에서의 첫 앨범은 참 매혹적이었다. 그리고 신선했다. 과거 피아노 연주자 토드 구스타프센이 흔히 말하는 ECM의 피아니즘을 이으면서도 색다른 감성으로 충격을 주었던 것처럼 이 색소폰 연주자 또한 전통적인 재즈 본연의 어법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감성으로 감상자를 사로잡았다.

그로부터 2년 뒤, 다시 한번 이스라엘, 그리스, 미국인 연주자로 구성된 다국적 쿼텟과 함께 한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다. 전반적인 연주의 흐름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테마가 있고 솔로가 있고 인터플레이가 있다. 틀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자기 표현 욕구로 쉽게 이해하기 힘들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 뻔하지 않다. 색소폰 연주자와 쿼텟의 신선한 감수성이 쿼텟 연주 전체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수성이 신선하다는 나의 말은 단순히 연주자가 아직은 익숙하지 않기에 그의 사고 방식이 새롭다거나, 서정성이 남다르다는 식의 일반적인 의미 이상이다. 연주자의 감수성은 “라가”라는 음악적 어법과 관련되어 있다. 라가는 인도 전통 음악의 음계이자 즉흥 연주가 바탕이 된 음악 스타일을 의미한다. 서양 음악 언어로 해석하면 일종의 모드라 할 수 있다. 색소폰 연주자는 이 라가를 10여년간 공부했다. 그래서 이를 첫 앨범 <Like A Great River>(2015) 꾸준히 반영해왔다. 그것이 이번 앨범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라가라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낯선 스타일을 접목했다는 내 말에 인도의 어느 지역을 연상시키는 토속적 분위기를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그렇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반적인 연주의 흐름은 재즈의 기본 스타일을 이해하는 감상자라면 매우 익숙하게 들릴 것이다. 색소폰 연주자가 라가를 연주의 형식, 어법으로 인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종의 정신적, 정서적인 것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거칠게 말한다면 라가를 연주하는 인도인의 입장에서 재즈를 연주하려 했다고 할까? 그 가상의 인도인은 뛰어난 연주력만큼 부드러운 감성을 지녔다.

그래서 짧은 전주곡 성격의 “Invocation”을 시작으로 “Noam”, “The Lion Turtle”, “Isabela”를 거쳐 “Love Song For The Rainy Season”로 끝나는 앨범의 흐름은 인도적인 무엇이 아닌, 지역을 특정하기 힘든 서정성을 먼저 느끼게 한다. 특히 ECM 사운드라 불리곤 하는 소리가 부유(浮遊)하는 듯한 공간감과 맞물려 깊고 푸른 밤을 그려낸다.

한편 앨범에 편재하는 서정성은 음악 형식에서 나온 것인 만큼 멜로디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뜨거워야 할 때 뜨겁고 치열해야 할 때 치열하다. 어떤 면에서는 부드러운 음색으로 숭고하게 비상했던 존 콜트레인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음악적 새로움과 정서적 새로움을 모두 얻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오디드 쭈르는 이 어려운 이상을 차근차근 구현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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