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마티노를 위한 즐거운 잔치 같은 앨범
지난 2021년 11월 1일 기타 연주자 팻 마티노가 세상을 떠났다. 만성 호흡기 질환을 앓다가 만 77세로 기타 연주자는 성실한 자세로 재즈 기타의 전통을 계승하고 이를 다시 쇄신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며 많은 동료 및 후배 연주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1980년 기억상실증으로 인해 처음부터 기타 연주를 다시 시작해야 했던, 그 두 번째 기타 연주자로서도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독특한 이력은 인간 승리의 모범적 사례로 존경 받을만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번에 발매된 그를 기리는(Honoring) 앨범이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팻 마티노의 사망 후 비교적 빠른 시간에 이 추모 앨범이 나온 것은 다소 의외다. 사실 이 앨범은 추모 앨범으로 기획되지 않았다.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기획되었다. 그러니까 추모의 용도가 아닌 존경의 대상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는 잔치를 위해 기획되었던 것이다.
이 잔치에는 앨범의 제작을 담당한 조엘 해리슨을 주축으로 아담 로저스, 피터 번스타인, 커트 로젠윙클, 러셀 말론, 데이브 스트라이커 등 총 14명의 기타 연주자가 참여했다. 각각 개성 강한 연주로 재즈의 현재를 탄탄하게 지탱하고 미래로 이끌고 있는 연주자들이다. 이들 연주자들은 마음 맞는 두 연주자가 어울려 쿼텟 연주를 펼치거나 커트 로젠윙클, 러셀 말론, 조엘 해리슨처럼 혼자서 연주하거나 파리드 하퀘처럼 혼자서 그룹 연주를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했다.
이들이 연주한 곡은 모두 고인의 곡으로 1970년대 앨범에서 네 곡, 상실의 시대에서 돌아온 후인 1990년대 앨범에서 2곡 그리고 2010년대 앨범에서 3곡이 선정되어 연주되었다. 그런데 14명의 연주자가 연주한 곡들은 각각 저마다의 모습을 띠는 것 같으면서도 강하게 팻 마티노를 연상시킨다. 예를 들어 쉐릴 배일리와 에드 체리가 연주한 “Willow”는 1975년도 앨범 <Consciousness>에서의 팻 마티노를 그대로 연상시키며 아담 로저스와 피터 번스타인이 연주한 “Inside Out”은 앨범 <Undeniable: Live at Blues Alley>(2011)에서 고인이 색소폰 연주자 에릭 알렉산더와 함께 한 연주를 상기시킨다. 니어 펠더와 오즈 노이가 함께 한 “Joyous Lake”나 파리드 하퀘가 연주한 “Line Games”처럼 록 적인 질감의 연주도 1977년도 앨범 <Joyous Lake>에 담긴 고인의 연주를 충실히 참조한 것이다.
편성을 바꾸어 연주한 곡도 마찬가지다. 커트 로젠윙클이 혼자서 기타 외에 베이스와 드럼을 연주해 완성한 “Black Glass”나 러셀 말론의 솔로 연주 곡 “Lament”, 조엘 해리슨의 솔로 연주 곡 “Country Road” 등도 팻 마티노가 각각 <Interchange>(1994), <We’ll Be Together Again>(1976), <Nexus>(2015)에서 연주한 그룹 연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얼터너티브 기타 서밋의 회원들은 팻 마티노를 존경한다는 마음으로 그를 모방한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정서적인 측면과 편곡에서 그랬을 분 이들의 연주와 톤은 연주자 각각의 개성을 담고 있다. 팻 마티노의 곡을 스탠더드 곡처럼 가져와 자기 식으로 연주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결국 이들의 연주는 팻 마티노의 연주와 음악이 다양한 개성의 여러 연주자들에게 전해졌음을 나타낸다. 일종의 혈통을 보여준다고 할까?
그래서 나는 팻 마티노 생전에 이 앨범이 발매되었다면 좋았겠다 생각한다. 그랬다면 생일 잔치에 후손의 재롱을 보며 즐거워하는 할아버지처럼 팻 마티노 또한 흥겨이 앨범을 즐기지 않았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