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e Away With Me (Deluxe Edtion) – Norah Jones (Blue Note 2022)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현재성

2002년 1월 28일 “Don’t Know Why”가 싱글로 먼저 공개되고 약 한 달 뒤인 2월 26일 앨범 <Come Away With Me>가 발매되었을 때 과연 누가 이 앨범이 커다란 성공을 거두리라 생각했을까? 앨범의 주인인 노라 존스 본인은 물론 제작자 아리프 말딘, 앨범을 발매한 부르스 런드발도 이 앨범이 그토록 큰 사랑을 받으리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이 앨범은 2002년을 집어삼켰다. 시작은 평이했다. 발매 첫 주에 만장이 팔리며 빌보드 앨범차트 139위에 오른 것. 그러나 8월에는 백만 장이 팔리며 플래티넘 레코드가 되었다. 그리고 발매 후 약 1년이 지난 2003년 1월에는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그와 함께 3월에 45회 열린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Don’t Know Why)”, “올해의 신인” 등 주요 4개 부분과 “최우수 팝 보컬 앨범”, “최우수 팝 보컬” 등 팝 장르 부문 상을 받았다.
이후에도 앨범은 꾸준한 사랑 속에 미국에서만 천만 장 이상 팔리며 2005년 다이아몬드 레코드가 되었고 전세계적으로는 지금까지 삼천만 장 이상 팔리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무엇이 많은 사람들을 이 앨범에 열광하게 했을까? 사실 앨범에 담긴 곡들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수록 곡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Don’t Know Why”만 해도 특별할 것이 없다. 혼잣말 하듯 편안한 노래와 피아노 연주, 댄 리슬러의 사각거리는 드럼, 리 알렉산더의 덤덤한 베이스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굳이 특이한 점을 꼽으라면 이 곡을 작곡한 제시 해리스가 스피커 좌우로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를 나누어 연주해 청각적 재미를 주는 것인데 이 또한 연주만 두고 보면 확연히 도드라지지 않는다.
또 다른 인기 곡 “Come Away With Me”를 비롯해 “Feelin’ The Same Way”, “Nightingale” 등 다른 곡들도 함께 한 연주자의 변화가 다소 있기는 하지만 “Don’t Know Why”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담백하다 못해 때로는 심심한 느낌마저 준다.
그런데 이 담백함이 의외로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공간을 굳이 빼곡히 채우려 하지 않은 여유로운 연주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며 감정을 과하게 표출하는 대신 혼잣말을 하거나 나지막이 내 옆에서 속삭이는 듯한 노래는 현대인의 가슴 깊은 외로움을 위로했다. “Don’t Know Why”나 “Shoot The Moon”, “Cold Heart”, “I’ve Got To See You Again” 등의 곡은 안타깝게 끝난 사랑과 그에 대한 상처를 보듬었다. “The Long Day Is Over” 등의 곡은 허전함 속에 보낸 피곤한 하루를 위로했으며 “Come Away With Me”는 외로움을 부드럽게 달래주었다.
외로움, 허전함은 자연 풍경이 아름다운 시골, 전원보다는 도시에서 느끼기 쉽다.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받기 쉬운 감정들이다. 따스한 목소리의 누군가가 더욱 필요한 도시인들에게 이 앨범은 늘 믿을 수 있는, 편안하게 속내를 드러내도 괜찮은 친구처럼 다가왔다. 따라서 이 앨범은 목가적이다 싶을 정도로 여백 많은 어쿠스틱 질감임에도 다른 어느 앨범보다 도시적인 앨범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산과 들을 걸으며 들어도 좋다. 더욱 편안하고 내밀한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런데 하마터면 이 앨범은 지친 도시인의 마음을 보듬고 외로움을 위로하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를 지닐 뻔 했다. 블루 노트와 계약하고 곧바로 노라 존스는 뉴욕의 레스토랑에서 노래할 때부터 알았던 제시 해리스, 리 알렉산더 등과 함께 6곡을 녹음했다. 이후 앨범의 방향을 생각하면서 그녀는 카산드라 윌슨의 1995년도 앨범 <New Moon Daughter>의 사운드를 떠올렸다. 그래서 이 앨범을 제작했던 크레이그 스트리트에게 제작을 맡기고 13곡을 녹음했다. 그러나 녹음 후 믹싱 과정에서 처음의 의도와는 다른 음악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데모 음원을 듣자마자 계약을 결정했던 부르스 런드벌도 같은 마음이었다. 22세의 싱어송라이터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특별한 느낌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리프 말딘을 새로운 제작자로 불렀다. 새 제작자는 9곡을 다시 녹음하고 첫 녹음에서 “Don’t Know Why”와 “Turn Me On”을, 크레이그 스트리트의 제작 하에 녹음한 곡들 중 “Seven Years”, “Feelin’ The Same Way”, “The Long Day Is Over”을 선택해 앨범을 완성했다.

담백한 사운드에 담긴 포근한 위안의 정서는 노라 존스의 음악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 특별함은 팝과 재즈의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그 결과 유사한 분위기를 지향하는 듯한 앨범들이 다수 등장했다. 그러나 <Come Away With Me>를 뛰어 넘을 수는 없었다.
한편 이 앨범의 평범한 특별함은 논쟁을 낳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앨범의 음악적 우수성과 상관 없이 장르적으로 그녀의 음악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 것인지 혼란스러워 했다. 국내에서도 논쟁이 있었다.
사실 이것은 음악 외적인 부분, 제작 환경 때문이었다. 이 앨범을 발매한 블루 노트 레이블은 재즈 역사를 이끈 정통 재즈 레이블이었으며 빌 프리셀, 아담 레비, 아담 로저스, 토니 셔(기타), 샘 야헬(오르간), 브라이언 블레이드, 케니 울레센(드럼) 등 참여한 연주자들 다수는 재즈 연주자였다. 노라 존스 또한 어린 시절부터 빌 에반스와 빌리 할리데이를 좋아했고 노스 텍사스 대학에서 재즈를 공부했다.
따라서 정황상 <Come Away With Me>는 재즈 앨범이여야 했다. 그러나 막상 그 안에 담긴 음악은 포크나 컨트리에 더 가까웠다. “Lonestar”, “Nightingale” 같은 곡이 특히 그랬다. 수 없이 재즈로 연주되고 노래 된 스탠더드 곡 “The Nearness Of You”조차 포크적 감성이 감했다.
이 혼란에 대한 결론을 말하면 이 앨범은 재즈 명가 블루 노트에서 발매한 최고의 “팝 앨범”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 속에서 많은 감상자들이 노라 존스의 팝을 통해 재즈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여러 재즈 연주자와 보컬들이 이 앨범에 영향을 받았음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팝 앨범이라 했지만 그것은 이 앨범이 재즈가 아니라 하는 것이지 특정 팝 장르로 규정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또한 어렵다. 그냥 노라 존스 식 음악으로 이해하는 것이 제일 좋겠다.

시간이 지나면 화려했던 모든 것들은 그 빛을 잃는다. 반짝였던 만큼 한 시절을 담을 수 있었기에 시간이 지나면 퇴색된 추억의 대상이 된다. 대중 음악도 마찬가지다. 특정 시기에 유행했던 곡들은 5년만 지나도 지금이 아닌 추억의 곡이 된다. 하물며 20년이 지난 곡들은 더하다. 곡에 따라서는 아예 잊혀질 수 있다. 한번 2002년에 인기를 얻었던 팝 곡들을 들어보라.
그러나 노라 존스의 이 앨범 <Come Away With Me>는 아닌 것 같다. 여전히 현재성을 유지하고 있다. 어디서 우연히 들어도 추억의 히트 곡이 아니라 최근에 발표된 곡인 것만 같다. 발매 된지 20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고 할까? 20년 이상의 시간, 그 시간을 살았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추억을 담아내도 남을 정도의 포용력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이것은 앞으로도 한동안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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