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장르는 음악에 우선하지 않는다. 작곡과 연주는 기존의 틀에 구애 받으면 한계를 지닌다. 그래서 나는 크로스오버 국악 상당수에 아쉬움을 느끼곤 했다. 한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좋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음악에 대한 고민이 덜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연주자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가이다. 이에 대한 효과적 표현을 고민하면 새로운 음악, 새로운 스타일이 나온다. 거문고 연주자 황진아의 이 앨범은 그 모범을 보여준다. 대 부분의 곡을 거문고 솔로로 연주한 이 앨범에 담긴 곡은 국악의 향취를 드러내지만 국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국적 정서가 가미된 록이나 재즈처럼 들리기도 한다. 어느 한 곳에 수렴되지 않는 황진아만의 음악인 것이다. 분명 그녀는 국악 외에 다른 장르의 음악에도 관심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그녀의 음악이 설득력 있는 것은 결국 그 안에 담긴 이야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영화 하나 즈음은 있다”는 앨범 내지의 문구처럼 그녀는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마음에 대한 상상을 곡마다 담았다. 그것이 명확했기에 연주의 흐름이나 “속마음”에서의 보컬, 기타 등과의 어울림이 어색함 없이 다가온 것이다. 장르로부터 자유로운 스타일리스트의 앨범이다.
Short Film – 황진아 (황진아 2021)
3.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