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From The Stars – Mark Turner (ECM 2022)

8년만에 다시 선보이는 푸른 불꽃 같은 쿼텟 연주

조용한 성격에 말 수가 그리 많지 않기에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가보다 싶지만 모임에는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사람이 있다. 모두 술 한잔과 함께 왁자지껄 소리 높여 이야기 하는 중에 그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술을 마신다. 그렇다고 자신의 생각, 의견이 없는 무른 사람도 아니다. 자기 표현을 잘 하지 않을 뿐 그의 속에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래서 가끔씩 이야기의 중심에 서면 좌중을 사로잡곤 한다.

색소폰 연주자 마크 터너가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다. 과거 드럼 연주자 앤드류 시릴 등과 함께 그를 만났을 때의 조용한 모습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 마쉬의 이지적인 면과 존 콜트레인의 부드러운 면을 결합한 듯한 톤과 솔로 연주가 말 수 적은 내향적 사람으로 그를 생각하게 한다.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음악적 행보도 그렇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조슈아 레드맨, 브래드 멜다우, 피터 번스타인 등과 함께 재즈의 미래를 책임질 주요 연주자의 하나로 재즈계에 등장했다. 그러나 이후 그의 행보는 다른 동료들과 달랐다. 스스로 재즈의 중심에서 비껴가려는 듯 매우 조심스러운 행보를 펼쳤다. 특히 2000년대부터는 리더 활동보다는 그룹 활동과 사이드맨 활동에 더 집중했다.

그 결과 2014년에 발표한 ECM 레이블에서의 첫 앨범 <Lathe of Heaven>은 13년만의 리더 앨범이었다. 이 앨범에서 그는 색소폰-트럼펫-베이스-드럼으로 구성된 피아노 없는 쿼텟 연주를 펼쳤다. 그의 색소폰 톤만큼이나 잔잔하면서도 나른하지 않은, 내적인 뜨거움을 지닌 연주,

그런데 이 피아노 없는 쿼텟이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피아노 연주자 에단 아이버슨과의 듀오 연주를 담은 앨범 <Temporary Kings>(2017)를 거쳐 이번에 모처럼 선보인 앨범에서 다시 피아노 없는 쿼텟 연주를 펼쳤으니 말이다. 게다가 지난 쿼텟 앨범에서 함께 했던 베이스 연주자 조 마틴이 다시 한번 합류해 8년의 시차를 뛰어넘는 연장의 의미를 명확히 했다.

그에 걸맞게 트럼펫 연주자 제이슨 팔머, 드럼 연주자 조나단 핀슨이 새로이 가세한 쿼텟 연주는 8년전의 음악을 충실히 연장하고 확장한다. 여전히 마크 터너의 색소폰은 온화함과 뜨거움을 동시에 드러낸다. 푸른 불꽃 같다고 할까? 매우 뜨거우면서도 보이기에는 그렇지 않은.

차가움과 뜨거움의 공존은 다른 연주자들에서도 발견된다. 특히 제이슨 팔머의 연주가 인상적이다. 그의 트럼펫은 색소폰과 균형을 맞추려는 듯 뜨거우면 차갑게 차가우면 뜨겁게 색소폰의 온도에 따라 적절히 변한다. 특히 두 악기가 적절한 거리를 두고 동시에 연주를 펼칠 때는 두 개로 분리된 하나를 보는 것만 같다. “Nigeria II”가 대표적이다. 색소폰과 트럼펫의 어울림은 피아노가 없다는 생각마저 잊게 한다. 어느 하나가 피아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아니다. 두 악기가 동시에 소리를 내어 만든 중층(重層)의 울림이 피아노와는 다른 화성적 효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브라스 섹션의 극소판이라 할까?

물론 피아노의 부재가 종종 느껴지기는 한다. 대신 각 악기가 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은 증가했다. 그래서 색소폰과 트럼펫 외에 베이스와 드럼의 움직임이 증가하고 명확해진 것이 그렇다. 이것은 관조적인 느낌마저 줄 수 있는 사운드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한편 <Lathe of Heaven>은 어슐러 르 귄이 쓴 동명의 공상과학 소설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이번 앨범 또한 스타니스와프 렘이 쓴 동명의 공상과학 소설에서 영감을 얻었다. 같은 방식으로 음악적 상상력을 발휘했다는 것인데 그것이 마크 터너가 자신만의 시간 개념으로 느긋하게 쿼텟을 지속시키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소설 <행성으로부터의 귀환>이 우주 시간으로 10년, 지구 시간으로 127년의 우주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주인공이 그 사이 유토피아로 변한 세상을 마주하며 받은 문화적 충격과 소외감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색소폰 연주자에게 8년의 시차는 아무렇지 않은 것인 지도 모른다.

꼭 소설을 염두에 두고 감상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수록곡의 전반적인 흐름은 소설을 읽지 않았더라도 우주에서 귀환한 주인공이 자신의 부재 중 변한 세상에 어색해하고 소외되는 서사를 상상하게 한다. 그렇게 조용하고 차분한 색소폰 연주자는 우리를 그만의 상상계로 초대한다.

댓글

8년만에 다시 선보이는 푸른 불꽃 같은 쿼텟 연주 조용한 성격에 말 수가 그리 많지 않기에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가보다 싶지만 모임에는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사람이 있다. 모두 술 한잔과 함께 왁자지껄 소리 높여 이야기 하는 중에 그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사람들의...Return From The Stars - Mark Turner (ECM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