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자유를 향한 상승의 기도(企圖)
색소폰 연주자 임마누엘 윌킨스는 첫 리더 앨범 <Omega>에서 최근의 “Black Lives Matter” 운동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필요하고 그만큼 지속 중에 있는 흑인 인권 운동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사회 현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연주자로서의 자신을 인식시켰다.
이번 두 번째 앨범에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사회 현상을 주제로 하고 있지는 않다. 간략히 정리하면 신의 은총 속에 평화로운 세상이라 할까? 색소폰 연주자는 앨범 타이틀을 기독교적 상징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일곱 번째 손”은 신의 은총, 성령 혹은 그에 대한 믿음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기독교적인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 세례 의식을 표현한 듯한 앨범 표지도 앨범 타이틀의 의미를 “신”에 맞추게 한다. 그에 걸맞게 앨범은 총 7곡의 조곡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이번 앨범을 특정 종교적인 관점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일곱 번째 손”은 또한 음악적 고양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영적인 충만함을 느끼게 했던 존 콜트레인의 명작 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임마누엘 윌킨스가 기도한 음악적 고양은 필요에 따라 플루트나 타악기 앙상블이 게스트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첫 앨범과 같은 멤버들로 구성된 쿼텟이 합을 맞추어 연주를 펼친 끝에 그들의 합을 넘어서는 도약,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상태에의 도달이다. (이 도약과 도달은 일곱 번째 손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 결과 앨범은 잘 정돈된 편곡과 연주 자체의 온도와 상관 없이 냉철한 연주자들의 어울림이 돋보이는 6곡을 거쳐 26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본능적이다 싶을 정도로 몰아의 상태에서 상승을 거듭하는 마지막 곡 “Lift”로 귀결된다. “Lift”가 매우 자유롭기에 질서에서 혼돈으로의 이행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자유로운 연주 속에서도 네 연주자의 단단함 밀도를 보면 한 단계 높은 질서로의 이행이 더 맞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투명해질 정도로 완벽히 자유로운 질서.
이러한 연주의 핵심에는 물론 임마누엘 윌킨스가 있다. 이 알토 색소폰 연주자는 자신의 손이 곧 의식인 듯 거침 없는 연주로 다른 연주자들을 상승의 과정으로 이끈다. 감상에도 높은 집중, 에너지를 요구하는 연주로 그만큼 “일곱 번째 손”과 상관 없이 그 자체로 짜릿한 감정적 고양을 일으킨다.
나아가 색소폰 연주자와 그 쿼텟의 연주는 푸른 불꽃 같은 연주에 있어서는 마일스 데이비스 2기 퀸텟이나 존 콜트레인의 클래식 쿼텟이 현재 활동했다면 이런 음악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을 불러 일으킨다. 임마누엘 윌킨스가 이들의 음악을 따라 했다는 것이 아니다. 한 시대로 끝난 스타일을 새로운 상상력을 더해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그가 만 24세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이 다음에는 또 어떻게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인지. 새해부터 강렬한 앨범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