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용리의 이번 EP 앨범은 시간을 주제로 하고 있다. 외적인 시간의 흐름 외에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처럼 내적인 시간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시선을 담아내려 했다. 그래서일까? 짧은 인트로 이후 제한-확장-영원으로 이어지는 세 곡의 흐름이 정-반-합의 과정처럼 들린다. 이를 위해 피아노 연주자는 기타와 키보드, 그리고 색소폰까지 가세한 편성과 정교한 편곡을 바탕으로 한 연주로 역동적 움직임과 반복 그리고 상승의 이미지를 만들어 시간을 표현했다. 그리고 시간의 두 측면을 표현한 앞의 두 곡이 우주적인 분위기의 마지막 곡 “Part III. Eternality”으로 귀결되게 하여 그 자체로 시간의 역동적 흐름을 나타나게 했다. 그런데 내게는 두 번째와 세번째 곡의 제목이 서로 바뀌어야 할 것처럼 보인다. 거칠고 자유로운 연주를 담은 “Limitation”이 시간의 확장성에 어울리는 것 같다. 반대로 신디사이저가 만들어 낸 소리의 패턴을 배경으로 이선재의 색소폰이 몸부림치는 “Extension”이 시간의 제한성의 표현에 더 가까운 것 같다. 하긴 주관적인 시간이 사람마다 다를 테니 결국 이를 돌아보게 한 것만으로도 이번 앨범은 주제에 어울리는 음악을 담고 있다 하겠다.
Surface Of Time – 용리 (Gatefo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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