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ce Upon A Time – Eberhard Weber (ECM 2021)

베이스 연주자 에버하르드 베버는 보통의 일렉트릭 베이스가 아닌 콘트라베이스에 전기를 넣은 하이브리드 일렉트릭 베이스로 1970년대부터 ECM 레이블의 사운드를 넘어, 미국과 유럽의 클래식 전통을 반영한, 흔히 말하는 유러피안 재즈의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07년 만 67세에 뇌졸증을 앓게 되어 아쉽게도 연주 활동을 멈추고 투병 중에 있다.

이에 2007년 이후 그는 건강했을 당시 가졌던 여러 공연-얀 가바렉 그룹 시절을 포함한-에서의 솔로 연주를 정리한 앨범을 발매하고 있다. 이번 앨범 또한 <Résumé>((2012), <Encore>(2015)에 이어 그의 이전 공연 연주를 담고 있다. 하지만 여러 공연에서의 연주를 모은 앞선 두 장의 앨범과 달리 한 공연 전체, 그것도 베이스 연주자 혼자 무대를 책임진 솔로 공연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한층 앨범으로서의 매력이 더 크다.

이번 앨범은 1994년 8월 프랑스 아비뇽에서 열렸던 국제 콘트라베이스 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을 담고 있다. 이 무렵 그는 베이스 솔로 앨범 을 발매한 상태였다. 이를 반영하듯 총 7곡으로 이루어진 아비뇽 공연에서 그는 “Delirium”, “Silent For A While”, “Pendulum” 등 에 담긴 곡들을 연주했다. 그리고 여기에 1988년도 그룹 앨범 에 담긴 “”Ready Out There?”와 “Air”와 당시 처음 공개한 “Trio For Bassoon And Bass” 그리고 스탠더드 곡 “My Favorite Things”로 공연을 완성했다.

오롯이 혼자서 처음과 끝을 책임진 공연이었지만 그의 연주는 보통의 솔로 연주와 달랐다. 일반적인 일렉트릭 베이스보다 긴 현이 만들어낸 여유롭고 깊은 울림을 지닌 솔로 연주와 페달 이펙터를 활용해 즉석에서 만들어 낸 또 다른 베이스 사운드-단순 악구가 리프처럼 반복되어 반주와도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내는-가 공연을 솔로가 아닌 그룹 혹은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느끼게 했다. 트리오도 아니고 바순도 없지만 두 대의 베이스가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연주가 실내악적인 맛을 내는 “Trio For Bassoon And Bass”를 들어보라.

물론 이것은 이번 공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다른 라이브 앨범에서도 그의 연주는 독백이 아닌 스스로와의 대화 같았다. 그러나 자유로이 솔로 연주를 펼치면서 스스로 만들어 낸 또 다른 연주와 대화하고 이를 통해 보다 입체적인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과 그 결과물의 뛰어남은 이번 아비뇽 공연 앨범이 한층 높다. 더욱이 공연 전체의 흐름 또한 정규 앨범만큼이나 유기적이다. 그래서 스튜디오 녹음에서보다 조금 더 풀어진 변주를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스튜디오 앨범을 듣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라이브 앨범이지만 연주 후의 박수소리가 일체 없기에 더 그런 것 같다.) 27년 전이 아닌 최근에 녹음된 새 앨범 말이다.

감히 말한다면 , <Résumé>, <Encore>보다 이 앨범이 먼저 발매되었어야 했다.

댓글

베이스 연주자 에버하르드 베버는 보통의 일렉트릭 베이스가 아닌 콘트라베이스에 전기를 넣은 하이브리드 일렉트릭 베이스로 1970년대부터 ECM 레이블의 사운드를 넘어, 미국과 유럽의 클래식 전통을 반영한, 흔히 말하는 유러피안 재즈의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07년 만 67세에 뇌졸증을 앓게 되어 아쉽게도 연주 활동을 멈추고 투병...Once Upon A Time - Eberhard Weber (ECM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