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꽃 – 이지연 재즈 오케스트라 (소리의 나이테 2021)

시정 어린 재즈 오케스트라에 담긴 푸른 밤의 여정

피아노 연주자 이지연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재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게다가 그 오케스트라는 보통의 재즈 빅 밴드와는 결이 다르다. 관악 파트에 플루트가 포함되어 있는 데다가 스트링 쿼텟까지 가세해 있다. 이런 편성만으로 그녀의 오케스트라가 전통적인 스윙 리듬 중심이 아닌, 유럽의 클래식적인 질감이 가미된 현대적인 재즈를 지향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이 오케스트라는 이지연의 감수성 넘치는 작곡과 긴장과 서정미를 동시에 머금은, 악기를 넘어 소리의 어울림을 고려한 편곡, 그리고 밴드 멤버들의 섬세한 어울림으로 앨범마다 세련미 넘치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특히 2017년도 앨범 <Feather, Dream Drop>은 이러한 이지연 재즈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잘 담아낸 명작이었다.

나는 이지연이 지난 앨범에서 그녀의 재즈 오케스트라가 지닌 음악 미학의 정점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가 과연 이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음악을 선보일 수 있을까? 그냥 유사한 스타일을 반복하면서 감흥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오지랖 넓은 짓이었다. 4년 만에 발매된 새 앨범 <푸른꽃>도 그에 못지 않은 시정 가득한 상상계로 감상자를 안내한다.

사실 중요한 것은 “맥락”이다. 단지 이전과 유사한 음악, 혹은 그 변화된 음악 자체를 지향한다면 그것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다. 유사함과 변화 이전에 그에 대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유가 명확하면 작곡은 물론 편곡 또한 그 방향이 선명해진다. 그런 측면에서 이지연은 뛰어난 작, 편곡가, 연주자 이전에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낼 수 있는 탁월한 이야기 꾼이다. 그녀는 이 앨범에 푸른 밤, 반짝였던 지난 날에 대한 동경과 이를 향한 꿈결 같은 여행을 담았다. 수록된 곡들의 제목에서부터 이를 감지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앨범을 곡 단위가 아니라 앨범 전체를 차근차근 감상해야 함을 느낄 것이다.

이를 위해 이지연은 잔잔히 유영하는 플루트, 별처럼 반짝이는 관악기들, 꿈결처럼 사운드를 부유하게 만드는 스트링 쿼텟, 오케스트라이지만 실내악적인 느낌마저 주는 각 악기들의 정교한 어울림을 통해 어두운 밤과 빛, 동경 가득한 여정을 그려냈다. 그 결과 멤버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지난 앨범과 마찬가지로 이지연 자신의 피아노를 중심으로 12명의 연주자에 한 명의 보컬이 모여 만들어낸 음악은 이전과 유사하면서도 새로운 감흥을 준다. 새로운 장소를 꿈꾸게 한다.

변화도 있다. 무엇보다 이지연이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 새롭다. 대부분의 곡에서 그녀는 다른 솔로 연주자들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솔로 연주를 펼친다. 단지 앨범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관악기나 보컬처럼 피아노 솔로가 그 자리에 필요하다 판단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실제 그녀의 피아노는 곡의 흐름을 자연스레 이어받고 매끄럽게 연결한다. 그것이 오케스트라의 비행(飛行)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단꿈을 꾸다”, “별빛 밤하늘”에 가사를 넣어 이지민이 노래한 것도 새롭다. 하고픈 이야기를 보다 입체적으로 전하고픈 마음에 작곡과 함께 작사까지 했으리라. 그런데 이들 곡에서도 이지연은 연주의 결을 두터이 해 노래가 전체 흐름의 일부로 스며들게 했다.

재즈에서 스타일리스트란 남들과 구분되는 그만의 음악적 개성을 지닌 연주자를 말한다. 단지 비슷한 스타일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제 이지연을 스타일리스트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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