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은 연주자로서 매우 행복한 일이다. 여기서 말하는 스타일이란 음악적 표현 방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곡을 쓰고 연주를 하게 만드는 세상을 바라보는 연주자의 시선 또한 포함한다. 피아노 연주자 진수영은 지난 해 솔로 앨범 <밤, 물 빛>을 통해 물 먹은 듯한 뮤트 피아노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밤을 매혹적으로 그려냈다. 그런데 그것이 밤에 대한 피아노 연주자의 일회적 시선이 아니었던 듯 하다. 다시 (오르간을 간혹 추가해) 뮤트 피아노를 연주한 이번 두 번째 솔로 앨범에서도 밤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앨범 타이틀은 그러니까 밤의 음악적 표현을 의미하는 것이겠다. 실제 앨범에 담긴 곡들은 밤 그리고 어둠에 대한 사진이나 그림 같다.
그런데 진수영의 밤은 정서적으로 어둡고 쓸쓸하다. 같이 놀던 친구들이 밤이 되어 모두 집으로 간 골목에 남아 있는 나를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혼잣말하듯 담담히 이어지는 연주가 가슴 아프게 하지만 그렇다고 감상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 의외로 외로움 뒤로 달콤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온전히 나 자신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무엇을 꿈꿀 수 있는 창조의 시간이 주는 달콤함이랄까? 이 앨범 또한 진수영이 고독한 밤을 보내며 얻은 음악적 희열의 결과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