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 코리아, 추초 발데스와 함께 한 완벽하고 아름다운 듀오
요즈음은 (말랑말랑한 분위기의) 보컬로서의 면모가 더 부각되고 있지만 엘리아니 엘리아스는 뛰어난 피아노 연주자이다. 그녀의 초창기 앨범들을 보면 전통적인 비밥 스타일부터 브라질, 라틴 스타일까지 넘나드는 유창한 연주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오랜 시간 그녀의 음악을 들은 애호가들은 최근 그녀의 활동에 약간의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 앨범을 들어보라. 그 동안 노래 뒤로 억제했던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그녀에 대한그리움을 완전히 해갈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그녀가 좋아하고 존경한다는 칙 코리아, 추초 발데스와의 듀오 연주이기에 더욱 흥미를 자극한다.
그녀는 칙 코리아를 자신에게 영향을 준 인물로 언급하곤 했다. 그리고 1978년 그를 처음 만난 이후 언젠 함께 앨범을 녹음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오랜 시간이 흐른 2018년에 기회가 찾아왔다. 그녀와 칙 코리아는 다른 악기의 참여 없이 순수한 듀오 형태로 “Armando’s Rhumba”, “Blue Bossa”, “There Will Never Be Another You”, 그리고 타이틀 곡을 녹음했다. 그리고 추가 녹음을 하기 전에 칙 코리아가 안타깝게도 올 2월에 세상을 떠났다. 이에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또 다른 피아노 연주자 추초 발데스를 떠올렸고 그와 세 곡의 라틴 스탠더드 “Esta Tarde Vi Llover”, ”Corazon Partío”, “Sabor a Mi”를 녹음했다.
칙 코리아와의 듀오 앨범이 제대로 완성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물론 그랬다면 이상적이었을 것이다. 실제 네 곡에서 두 연주자의 어울림은 매우 아름답다. 서로를 구분할 필요 없이, 역할을 구분할 필요 없이 앨범 타이틀처럼 서로가 서로의 거울인 듯 기교와 정서적 측면 모두에서 하나된 모습을 보인다. 그저 연주할 곡만 정하고 바로 연주한 것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의 매끄러움이다. 그렇기에 공연에서 앙코르를 외치듯 몇 곡 더!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추초 발데스와의 연주를 들으면 적어도 음악적인 측면에서의 아쉬움은 사라진다. 추초 발데스와의 듀오 연주만큼이나 반짝이기 때문이다. 정교한 기교를 바탕으로 손잡고 춤을 추듯 절묘하게 어울리는 연주는 칙 코리아와의 듀오 연주에 버금간다. 라틴 곡만 연주했기에 질감이나 분위기의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겠지만 칙 코리아 또한 라틴 스타일을 내재하고 있었고 연주한 곡의 일부로 그러했기에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셋이 아닌 두 연주자의 앨범이라 착각이 들 정도다. 7곡이 연주자 구분 없이 섞여 배열된 것도 이 때문이리라.
그래서인지 이 앨범은 결국 듀오의 짜릿한 합일만큼이나 그로 인해 생명력을 얻은 곡 자체에 감상을 집중하게 만든다. 사방으로 퍼지는 화사한 햇살 같은 “Armando’s Rhumba”나 저절로 행복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Corazon Partío”을 들으며 과연 칙 코리아와 추초 발데스를 구분할 시간이 있을까? 아마도 오랜 시간 찾아 듣게 될 듀오 앨범의 명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