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s From The Ancestors – Kenny Garrett (Mack Avenue 2021)

아프리카 적인 것에 대한 입체적이고 치열한 묘사

재즈는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들로부터 만들어진 음악이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원초적인 흑인의 음악을 체계화한 것은 백인 음악이었다. 그래서일까? 재즈가 다소 가벼운 쪽에 치우친다 싶으면 “흑인적인 것”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곤 했다. 아프로 쿠반 재즈, 하드 밥, 마일스 데이비스의 퓨전 재즈(일부), 윈튼 마샬리스의 신 전통주의 등은 각자 생각의 차이-때로는 상반될 수도 있는-가 있기는 하지만 모두 흑인적인 것에 대한 숙고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이 외에도 흑인 적인 것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인 연주자들이나 음악은 많았다. 지금도 샤바카 허친스, 누비야 가르시아 등의 연주자들이 아프리카의 원초적인 면을 불러온 새로운 음악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이제 60대에 접어든 색소폰 연주자 케니 가렛의 이번 앨범 또한 그 계열에 포함될 것 같다. “조상들로부터의 소리”라는 앨범 타이틀에서 감이 올 것이다. 실제 앨범에 담긴 음악은 아프리카-특히 서아프리카와 쿠바의 현란한 리듬을 배경으로 한 음악을 담고 있다. 앨범의 시작과 끝에 배치된 “It’s Time To Come”이 대표적이다. 이 곡에서의 리듬과 보컬의 원초적이고 이국적인 느낌은 재즈의 기원에 대해 절로 생각해보게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케니 가렛이 이 앨범에서 근원으로의 회귀를 지향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보다는 색소폰 연주자가 그 동안 서구의 다양한 음악은 물론 아시아 음악까지 아우르며 재즈의 영역을 확장하려 했던 시도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 원초적 리듬이 등장하지만 R&B를 비롯한 현재 흑인 음악에 대한 관심도 엿보이기 때문이다. “When The Days Were Different”의 세련된 사운드와 가스펠적인 분위기, 원초적이고 강렬한 드럼 연주를 펼쳤던 아트 블래키를 향한 “For Art’s Sake”에서의 치열한 하드 밥 사운드, 트럼펫 연주자 로이 하그로브를 향한 마음을 담은 (한편으로는 존 콜트레인의 “Love Supreme” 중 “Acknowledgement”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Hargrove”에서의 도시적인 세련미 등이 그렇다. 결국 색소폰 연주자는 재즈의 근원을 찾아서 다시 그것이 지금의 음악에 재즈를 중심으로 어떻게 분포되었는가를 말하려 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한편 “Soldiers of the Fields/Soldats des Champs”(불어로 제목을 병기했다.)은 연주의 측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이다. 케니 가렛의 색소폰은 물론 피아노, 베이스, 드럼 모두 치열하디 치열해 마치 제목처럼 무수한 포화가 떨어지는 전장을 누비며 적을 섬멸하는 특공대를 보는 것 같다. 이것은 결국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흑인적인 것”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의 자연스러운 계승이 아니라 연주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말하려는 것이 아닐까? 케니 가렛의 우수 가득한 의외의 피아노 솔로 연주로 시작해 모달 재즈적 분위기의 뜨거운 연주와 노래로 상승했다가 다시 슬픈 피아노 연주로 마무리되는 타이틀 곡은 그 “흑인적인 것”의 순탄하지 않았던 길에 대한 생각을 강화한다.

케니 가렛의 앨범은 기본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왔다. 그래도 이번 앨범은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앨범으로 기억될 것 같다. 올 해의 앨범 후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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