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판소리와 자유 즉흥 연주의 만남, 충돌을 담은 앨범 <치다>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피아노 연주자 정은혜의 두 번째 앨범이다. 첫 앨범이 즐거운 어울림에서 나온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었다면 이번 앨범은 피아노 연주자의 혼자 놀기를 담고 있다. 그녀는 15세기부터 19세기 사이의 산수화의 전통을 따라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녀는 놀이라 하기엔 사려 깊게 음들을 선택하고 외줄타기 같은 긴장이 공간에 스며든 그녀의 연주는 확실히 수묵화를 닮았다. 그런데 그녀의 연주는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꿈틀대는 이미지를 지향한다. 그녀가 시간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Columnar Jointing(주상절리)”에서는 현재 뒤에 있는 응축된 과거가, “Threading Stories”에서는 시간 속에서 생성을 거듭하는 과정을 느끼게 한다. 한편 자유로운 만큼 지극히 개인적인 연주이기에 감상자는 평소보다 능동적인 적극적 감상이 필요하다. 자신이 경험한 자연을 투영해 감상하고 공감하기. 그것이 바로 정은혜가 우리와 하고 싶은 놀이가 아닐까? “Perspective Shifts”와 “If I Were”가 앨범의 앞뒤에 배치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앨범은 어려운 듯 하면서도 듣는 재미가 있다.
Nolda – 정은혜 (ESP 2021)
3.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