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ass – Marc Johnson (ECM 2021)

과묵한 연주자 모처럼 자신을 화려하게 드러내다.

베이스는 음악의 전면에 드러나기보다는 뒤에서 중심을 지탱하는 악기다. 피아노, 관악기 등의 솔로 연주를 경청하며 뒤에서 진행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리더 앨범에서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솔로 연주보다는 연주의 흐름을 조절하는데 우선 집중한다. 주변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은 무반주 솔로 앨범에서일 뿐이다. 문제는 베이스 연주자의 무반주 솔로 앨범이 많지 않다는 것.

베이스 연주자 마크 존슨도 그렇다. 1978년 빌 에반스의 마지막 트리오의 베이스 연주자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는 동료의 솔로 연주를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존 애버크롬비, 엔리코 피에라눈지, 엘리아니 엘리아스 등의 사이드 맨 활동은 물론 자신의 리더 앨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작, 편곡, 밴드 리딩 능에서 깊은 인상을 주었지만 솔로 연주자로서는 매우 겸손한 자세를 보이곤 했다. 따라서 그의 이번 솔로 앨범은 그의 행보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감상자들에게는 무척 반갑고 색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앨범 타이틀처럼 그는 이 솔로 앨범에서 평소 드러내지 않았던 베이스 연주자로서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첫 곡 “Freedom Jazz Dance”가 대표적이다. 이 곡에서 그는 원곡의 반복적인 패턴을 반복하고 그 반복에 몸을 맡길 때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몸의 움직임처럼 패턴의 여백 사이를 화려하게 유영한다. 솔로 연주지만 허전함을 느낄 수 없는 연주다. 마지막 곡 “Whorled Whirled World”도 베이스 연주자로서 그의 모습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곡 제목이 의미하는 어지럽게 빙글빙글 도는 세상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표현주의적인- 나선형 반복 패턴 연주-아프리카의 원초적 리듬의 정돈된 연주 같은-와 그 위로 솟아오르는 즉흥 솔로로 현기증을 강화한다.

“Nardis”와 “Love Theme from Spartacus”에서는 빌 에반스 트리오 시절에 대한 베이스 연주자의 추억을 그린 것 같다. 테마의 멜로디를 이어가지만 그 전에 그 안에 담긴 분위기를 지속시키는 다소 육중하고 서정적인 흐름이 빌 에반스를 자기 식으로 소화해 연주했다는 인상을 준다.

“Samurai Fly”와 “Ying and Yang”에서 그는 동양-혹은 일본-적인 정서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를 위해 피치카토 주법 외에 활을 사용한 아르코 주법으로 멜로디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낸 것이 흥미롭다. 여기서 멜로디는 소리를 이어주는 의미로 작용하는데 그것이 다시 명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공간으로 스며들어 전체 사운드에 집중하게 한다. 한편 “Samurai Fly”에서는 오버 더빙으로 대비, 대조의 느낌을 보다 입체적으로 표현했는데 이것은 이 곡이 리더 앨범 <Bass Desire>에 담긴 “Samurai Hee-Haw”의 새로운 연주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두 기타 연주자 빌 프리셀, 존 스코필드가 담당했던 부분을 소화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이처럼 마크 존슨의 이번 무반주 솔로 앨범은 다른 솔로 악기에 가리워지고 밴드 연주 속에 감추어졌던 베이스 연주자의 모습을 기교적 연주에서 출발해 음악적 상상력의 독자적 표현으로 나아가며 다채롭게 보여준다. 그 다채로움은 또한 베이스 연주자가 그 동안 지나온 여러 지점들, 나아가 가보고 싶었던 지점을 가로지르는 것이기도 하다. 앨범 타이틀 “Overpass”는 이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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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묵한 연주자 모처럼 자신을 화려하게 드러내다. 베이스는 음악의 전면에 드러나기보다는 뒤에서 중심을 지탱하는 악기다. 피아노, 관악기 등의 솔로 연주를 경청하며 뒤에서 진행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리더 앨범에서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솔로 연주보다는 연주의 흐름을 조절하는데 우선 집중한다. 주변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는...Overpass - Marc Johnson (ECM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