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멜다우는 뛰어난 재즈 연주자이다. 그가 즉흥적으로 만들어 내는 멜로디들은 정말 매혹적이다. 또한 그는 훌륭한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만의 것이라 할 수 있는 우수 어린 분위기의 곡들, 특히 <Elegiac Cycle>(1999), <Suite: April 2020>(2020) 같은 솔로 앨범에서 선보였던 곡들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작곡과 이를 순간적으로 구현하는 연주력은 풍부한 상상력에 기인한다. 최근의 예를 들면 2018년에 발매된 트리오 앨범 <Seymour Reads the Constitution!>는 배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 헌법을 읽는 꿈에서, 2019년도 앨범 <Finding Gabriel>은 성경을 탐독한 후, 지난 해 발매된 앨범 <Suite: April 2020>은 코로나 19 펜데믹으로 집에 머무르는 상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담은 이번 앨범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와 독창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는 “요하네스 브람스가 어느 날 잠에서 깼는데 우울(Blues)했다면?”이란 가정에서 작곡을 시작했다고 한다. 3박자 왈츠 리듬에 약간의 멜랑콜리를 지닌 “Theme”가 바로 그 곡일 것이다.
그런데 평소의 그라면 아마도 솔로나 트리오 편성으로 곡을 연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곡은 클래식 피아노 연주자 키릴 거스타인을 위한 것이었다. 이 클래식 피아노 연주자는 2010년 길모어 아티스트 어워드를 수상하며 받은 상금으로 여러 작곡가에게 자신을 위한 곡을 의뢰했다. 브래드 멜다우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이에 따라 브래드 멜다우는 클래식 연주자를 생각하며 곡을 써나갔다. 실제 키릴 거스타인이 이 곡을 연주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후 브래드 멜다우는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2013년 카네기 홀 공연을 비롯해 유럽, 러시아 등에서 공연을 이어갔다. 그 중 이 앨범은 2013년 10월 미국 메사추세츠의 우스터시(市)에 있는 메카닉스 홀 공연을 담고 있다.
앨범은 테마 외에 이에 대한 11개의 변주곡, 카덴자, 후주 그리고 앙코르 곡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들 곡들 듣다 보면 결국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브래드 멜다우를 새삼 느끼게 된다. 변주가 이어질수록 테마에서 멀어지는 한편 정서 또한 우울함에 머무르지 않고 다채로운 정서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물론 클래식 작곡가의 변주곡들도 그런 진행을 보이기도 하지만 브래드 멜다우의 변주는 그 변화의 폭이 더 크다. 2017년도 앨범 <After Bach>에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들을 연주하다가 자신의 변주를 연주했던 것처럼 변주 곡들을 쓰면서 지속적으로 더 과감한 영감이 떠올랐던 것 같다. 그래서 브람스의 낭만주의에서 시작한 음악은 이후의 재즈를 포함한 현대 사조를 아우른다.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앨범 감상의 재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브래드 멜다우의 오래된 애호가라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다. 각각의 변주들이 짧게 진행되기 때문인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농밀하게 어울리는 부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공존하되 서로의 접점은 다소 부족하단 생각이다. 대부분의 감상자들은 브람스와 브래드 멜다우의 멜랑콜리가 어우러진 피아노 협주곡이나 피아노 쿼텟 혹은 퀸텟 편성의 실내악을 기대하지 않았을까? 따라서 이번 앨범은 브래드 멜다우의 야심작이라기 보다는 이례적인 시도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