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Call – Larry Coryell & Philip Catherine (ACT 2021)

버브, 파블로 등의 레이블을 이끌었던 제작자 노먼 그랜츠는 1944년 LA 필하모닉 홀에서 당대의 유명 재즈 연주자들이 출연하는 공연을 기획했다. 이 공연은 유럽으로 무대를 넓히는 등 1959년까지 지속되며 인기를 얻었다. 노먼 그랜츠가 “재즈 앳 더 필하모닉(JATP)” 공연을 기획했던 것은 재즈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 연주자들이 보다 나은 대접을 받게 하기 위해서였다.

2012년 ACT 레이블의 제작자 지기 로흐는 재즈가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JATP의 형식을 계승해 “재즈 앳 더 베를린 필하모닉(JATBP)”를 기획했다. 베를린 쳄버뮤직홀에서 열린, ACT 레이블 소속의 연주자들로 채워진 이 공연은 큰 인기 속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공연들을 정리한 앨범 또한 꾸준히 발매되고 있다.

두 기타 연주자 래리 코리엘과 필립 카트린의 이 앨범 또한 JATBP 앨범의 11번째 결과물에 해당한다. 2017년 1월 24일에 두 기타 연주자가 함께 무대에 서게 된 것은 지기 로흐의 뛰어난 기획력 덕이었다. 두 연주자는 1970년대 듀오로 활동하며 <Twin House>(1977)와 <Splendid>(1978)를 발표했었다. 재즈를 중심으로 록, 집시 음악, 블루스에 대한 두 연주자의 취향을 담았던 두 앨범은 당시 감상자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받았다.

그런데 고향 음악적 배경, 성향이 다른 두 연주자가 함께 한 앨범을 만든 제작자가 누구였냐 하면 바로 지기 로흐였다. 그렇기에 ACT 레이블의 소속이 아닌 래리 코리엘이 JATBP의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이다.

1970년대 활동 당시 두 연주자는 어쿠스틱 기타 중심의 연주를 펼치곤 했다. 그러나 40여 년 뒤의 이번 공연에서는 스피커의 왼쪽에 자리잡은 래리 코리엘이 어쿠스틱 기타를 오른쪽에 자리잡은 필립 카트린이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는 것으로 차이를 주었다. 그렇다고 지난 시절과 다른 연주를 펼치지는 않았다. 래리 코리엘 작곡의 “Miss Julie”와 필립 카트린 작곡의 “Homecoming”으로 공연을 시작한 것이 그 예이다.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가 사이 좋게 물러섰다 나서며 서로를 감싸고, 때로는 날실과 씨실처럼 교차하며 직물처럼 어울림 이상의 입체적 울림을 만드는 이 곡들은 1977년도 앨범 <Twin House>에서도 첫 두 곡으로 연주되었다. 따라서 1970년대 두 연주자의 어울림을 기억하는 감상자라면 진한 청춘의 추억에 잠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아!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시절 참 좋았지……하며 지난 세월을 아쉬워하듯 연주했다는 것은 아니다. 2017년의 연주는 1977년의 연주가 매우 시대를 앞서는 것이었음을, 적어도 현재도 낡은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었음을 확인하게 한다. 시간을 거슬러간 연주가 아니라 시간 차를 잘라 낸 연주라 할까?

이어지는 “Manhã de Carnaval”과 “Jemin-Eye’n”에서도 두 연주자는 정겨운 어울림 속에 재즈, 블루스, 라틴 음악 등을 아울렀던 그들의 70년대를 다시 회상하게 한다. 1970년대 두 장의 앨범을 오랜만에 다시 들어보게 한다.

두 연주자는 오랜만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매우 안정적이며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연주를 들려주었다. 그렇기에 이들의 진정한 어울림이 단 네 곡에 그친다는 것이 아쉽다. (실제 공연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곡이 듀오로 연주되었을 수도 있다.) 앨범의 나머지 세 곡은 게스트로 참여한 다른 연주자와 함께 한 연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낭만적 분위기 가득한 “Embraceable You”는 필립 카트린과 피아노 연주자 얀 룬드그렌과의 듀오 연주로, 흥겹게 출렁이는 “Bag’s Groove”는 래리 코리엘과 베이스 연주자 라스 다니엘슨과의 듀오 연주로, 마지막 곡 “Green Dolphin Street”는 두 주인공과 세 게스트 연주자 모두의 협연으로 이루어졌다.

이 세 곡 또한 연주의 즐거움, 어울림의 행복함으로 가득하다. 공연과 앨범 전체를 다채롭게 하는 효과도 있다. 그래도 매우 오랜만에 두 연주자가 만난 것임을 생각하면 조금 더 순수한 듀오 연주를 담았다면 보다 좋았을 것 같다. 특히 2017년 이 공연이 있고 약 한달 뒤인 2월 19일 래리 코리엘이 세상을 떠났기에 이 아쉬움은 더하다. 이 마지막 녹음이 남아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

댓글

버브, 파블로 등의 레이블을 이끌었던 제작자 노먼 그랜츠는 1944년 LA 필하모닉 홀에서 당대의 유명 재즈 연주자들이 출연하는 공연을 기획했다. 이 공연은 유럽으로 무대를 넓히는 등 1959년까지 지속되며 인기를 얻었다. 노먼 그랜츠가 “재즈 앳 더 필하모닉(JATP)” 공연을 기획했던 것은 재즈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The Last Call - Larry Coryell & Philip Catherine (ACT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