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즈의 다양성은 여러 장르의 음악들이 같은 공간에서 연주되고 공유되는 것에 기인한다. 장르적 차이를 강조하기 전에 순수한 음악으로서 널리 감상된 결과다. 독일 출신의 바이올린 연주자 플로리안 빌레트너의 이번 앨범도 자유로운 장르의 만남을 통한 통-장르적 음악을 담고 있다. 이 앨범에서 그의 연주는 바이올린 재즈 하면 떠오르는 집시 재즈에 머무르지 않는다. 베이스 연주자 게오르그 브라인슈미트, 또 다른 바이올린 연주자 이그마르 제너와 함께 유럽, 미국, 브라질 등을 여행하듯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아우른다.
그렇다고 플로리안 빌레트너가 다양한 스타일에 대한 바이올린의 적응력을 과시하려 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그는 보다 다채로운 바이올린의 표현력을 드러내려 했다. 스팅의 “Fragile”과 우리에게도 친숙한 스티븐 포스터의 “금발의 제니”를 제외한 나머지 8곡을 멤버들의 자작곡으로 앨범을 채운 것이 이를 말한다. 여러 민속적 공간을 가로지르는 이 자작곡들을 통해 그는 새로운 바이올린 음악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의 탈공간적, 탈장르적 음악은 결국 재즈로 귀결되지 않나 싶다. 특히 자유로운 상상력의 기반에는 재즈의 그림자가 강하게 드리워져 있다. 즉, 그가 화성에 도달한 제일 처음의 바이올린 연주자는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