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많은 신예의 앨범을 듣는 일은 즐겁다. 그것만큼 새로운 일이 있을까? 임채선, 김유성, 한인집으로 구성된 트리오 포포의 이번 앨범이 그런 경우다. 누구누구 트리오가 아니라 별도의 이름이 있는 것은 구성원 모두가 리더 역할을 한다는 것이리라. 그에 걸맞게 트리오는 응집력이 다른 무엇보다 매력이다. 제목만큼이나 육중한 “Gravity”부터 우주의 궤도를 따라 유영-추락을 동반한-하는 듯 우주적인 분위기를 지닌 “Orbit”이 특히 그렇다. 모든 것이 착착 들어맞을 때 짜릿함을 발산하곤 하는 록 그룹처럼 세 악기가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어 극적으로 움직이는 사운드가 적잖은 쾌감을 준다. (질감의 차이는 있지만 일정부분 “e.s.t”와 초기의 배드 플러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기조를 지속한다면 보다 뛰어난 음악, 멤버들의 합을 넘어 포포라는 트리오 자체의 정체성이 인상적인 음악을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는 작곡에서 출발한 음악적 상상력을 보다 더 거침 없이 확장하려는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폭발할 듯 상승할 수 있는 순간에서 그러지 못하고 머무는 듯한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앨범을 신선한 감성의 트리오가 나타났다는 반가움만큼 그 다음에 대한 기대가 더 큰 것이라 말하고 싶다.
Study In Black – Popo (Noiz Plac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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