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샤이 마에스트로는 2012년 첫 앨범부터 줄곧 트리오 중심의 활동을 해왔다. 페루 출신의 베이스 연주자 호르헤 로더, 이스라엘 출신의 드럼 연주자 지브 라비츠와 함께 했던 트리오는 느슨한 듯 하면서도 촘촘한 호흡, 역동과 침잠을 오가는 흐름, 그리고 피아노 연주자의 상상력으로 낯선 공간으로 감상자를 안내하곤 했다.
2018년 ECM 레이블로 자리를 옮겨 발표한 앨범 에서도 그 기조는 그대로였다. 그러나 드럼 연주자를 역시 이스라엘 출신의 오프리 네헤미아로 교체했기 때문일까? 실내악적 분위기를 은연중 지향하는 ECM 레이블의 성향을 의식해서일까? 부드러운 시정(詩情)이 한층 강화된 모습으로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확연한 변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새로운 시작이라 할만했다.
그 또한 조금 더 새로운 시도에 대한 욕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트럼펫을 가세한 쿼텟으로 이번 앨범을 녹음했으니 말이다. 트리오에서 쿼텟으로 편성을 확대한다는 것은 그 동안 피아노 혼자 주도하던 정점의 역할을 다른 악기와 공유함을 의미한다. 그만큼 음악이 자신의 의도를 떠나 부유할 확률 또한 높아진다. 순간성, 역동성이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이번 앨범을 위해 피아노 연주자는 사이드 맨 활동 시 인연을 맺은, 닥터 로니 스미스, 지미 콥 등과 함께 했던 미국 트럼펫 연주자 필립 디잭을 영입했다. 확실히 트럼펫의 가세는 새로운 지점으로 그룹 연주를 이끌었다.
2018년 앨범에 이어 이번 앨범에서 다시 연주한 “The Dream Thief”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2018년 연주도 극적이었지만 트럼펫의 선연한 연주가 추가된 이번 앨범의 연주는 보다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은은히 아래에 흐르고 있던 서정적 긴장이 보다 전면으로 드러난 결과이다.
앨범에서 유일한 스탠더드 곡인 “In a Sentimental Mood”는 샤이 마에스트가 생각했을 이상적 사운드가 아니었나 싶다. 듀크 엘링턴이 파티장에서 서로 다투던 여성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 자리에서 만들었다는 이 곡을 네 연주자는 낭만적 화해를 넘어 아예 손을 맞잡고 축제의 춤을 추는 곡으로 바꾸었다. 트럼펫과 피아노의 사이 좋은 움직임이 결정적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트럼펫 없이 트리오 편성으로 연주한 곡도 있다. 들어보면 확실히 지난 앨범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 빌 에반스의 “Waltz For Debby” 일부분을 차용한 듯한 “Prayer”에서 세 악기의 정중동(靜中動)한 연주는 트리오가 그 자체로 생명력을 지녔음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나는 향후 이들의 행보가 쿼텟이 아닌 “트리오+α”로 진행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한편 피아노 연주자 행크 존스와 베이스 연주자 찰리 헤이든을 향해 진중한 존경을 표현한 “Hank and Charlie”는 앨범과 상관 없이 그 자체로 오랜 시간 사랑 받을 듯싶다. 헌정의 모범적인 곡이라 할만하다.
ECM 레이블은 제작자의 아우라가 강하다. 그래서 대가가 아닌 성장 중에 있는 연주자라면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샤이 마에스트로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의 음악과 레이블이 결합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주 좋은 만남의 예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