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성과 차분함이 동시에 담긴 푸른 불꽃 같은 앨범
비브라폰 연주자 조엘 로스의 2019년도 앨범 는 충격적이었다. 1995년생의 젊은 연주자의 앨범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던 데다가 블루 노트 레이블 이전에 다른 레이블에서도 앨범을 녹음한 적이 없는, 말 그대로 인생의 첫 앨범이었기 때문이었다. (블루 노트 레이블의 연주자 발굴 능력, 앨범 제작에 대한 과감한 결단력을 칭찬할 만 하다.) 물론 첫 앨범을 녹음하기 전 월터 스미스 3세, 제임스 프랜시스, 마르퀴스 힐 등 최근 미국 재즈의 새로운 세대를 만들고 있는 연주자들의 앨범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솔로 활동에 대한 기대를 하게 했다. 그럼에도 만 23세에 그리 강렬한 앨범을 완성하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이 비브라폰 연주자의 첫 앨범은 완성도만큼이나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 기세를 타고 이번에 두 번째 앨범을 발매했다. 다소 이른 것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첫 앨범이 2019년 이전에 먼저 녹음되었던 것이라 한다. 따라서 새로운 앨범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시간은 충분했던 것 같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는 자신의 그룹 굿 바이브(Good Vibes)와 함께 했다. 그래서일까? 베이스 연주자가 캐노아 멘덴홀로 바뀌고 하프 연주자 브랜디 영거가 게스트 연주자로 참여했지만 전반적인 사운드는 첫 앨범과 다르지 않다. 첫 앨범에서 맛볼 수 있었던, (경우에 따라 브래드 멜다우를 연상시키는) 회색조의 분위기 속에서 각 연주자들이 자유와 공존을 오가며 곡을 완성시켜나가는 생동감 있는 연주를 또 다시 만날 수 있다. 특히 비브라폰을 요즈음의 다른 연주자들과 달리 네 개가 아닌 두 개의 말렛으로만 연주해 공간적 여백을 넓히고 이를 통해 각 연주자들의 자유도를 높여 순간성을 강조한 연주는 비밥 시대의 배틀 같은 연주만큼이나 짜릿하다. 실제 음악적 영향은 그 이후의 세대에서 얻은 것이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자기 복제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이제 막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한 연주자라면 어설픈 변화를 시도하는 것보다는 고정된 밴드와 함께 스타일을 지속하며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이 더 맞는 일이다. 아예 조엘 로스는 이번 앨범을 자신의 음악과 밴드의 성숙한 현재를 보여주는 것을 주제로 삼았다. 그래서 존 콜트레인, 앰브로스 아킨무시리 등의 곡과 조엘 로스 및 동료의 새로운 자작곡들로 앨범을 만들면서 첫 7곡을 등장인물의 소개로, 나머지 8곡을 그것의 변화로 구성했다고 한다.
그게 걸맞게 이번 앨범은 지난 앨범을 상기시키면서도 새로운 감흥을 준다. 그 감흥을 나는 이지적인 평정이라 말하고 싶다. 분명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연주자들이 순간에 집중하며 뜨겁게 움직이는데 곡의 느낌은 정돈된 인상을 주는 것이다. 실제로는 최고로 뜨겁지만 겉으로는 차가운 느낌을 주는 푸른 불꽃 같다고 할까? 1960년대 이후 아방가르드 재즈의 명작들이 뜨거운 연주 속에 탄탄한 구성으로 서사적 만족을 주었던 것을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재능 있는 비브라폰 연주자의 등장을 넘어 재즈의 현재를 이끌 연주자의 등장을 확인하게 하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