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 어울림이 만들어 낸 시정(詩情) 가득한 음악
모든 음악에는 연주자나 작곡자의 내면이 서명처럼 담겨 있다. 이것은 의도와 상관 없다. 그것은 지문과도 같은 것이니 말이다. 그 중 솔로 연주는 연주자의 모습을 가장 올곧이 볼 수 있게 한다. 아무래도 자기 자신에만 집중하면 되니 그럴 것이다.
기타 연주자 찰리 정의 이번 솔로 앨범도 그렇다. 평소 블루지한 질감의 연주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인 이 기타 연주자는 이번 앨범에서 서정성 강한 연주를 통해 마음을 드러냈다. 게다가 어쿠스틱 기타로만 연주해서인지 늦은 밤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고 내일을 생각하며 한편으로는 자신을 믿고 잠든 가족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순수한 독백을 만나는 것 같다.
그 독백은 연주자의 음악적 근간을 이루는, 이전 앨범들을 통해서 들었던 블루지한 연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바람의 땅”, “Sein’s Walk”, “Kailash Blues”, “Sein’s Blues”, “Blue Alert” 처럼 블루스 곡들과 함께 “소몰이”, “Danny Boy”처럼 노을 지는 시골 풍경을 연상시키는 목가적인 곡들도 있다. 또한 “Rhythm Dance”처럼 즐거운 즉흥이 있는가 하면 고독한 서정이 돋보이는 “Silence” 같은 곡도 있다. 아빠로서의 기쁨을 담은 곡 곁에 “이별의 초상”처럼 우수 어린 곡이 있다.
찰리 정은 이번 솔로 앨범을 2017년부터 생각했다고 한다. 그 사이 카페에서 주중 낮시간에 연주하며 솔로 연주를 연구했고 녹음 직전에는 인도와 네팔에서 한달 간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말하자면 구도의 시간을 거쳐 앨범을 녹음한 것이다.
그렇다고 거창한 화두를 던지지는 않았다. 다채로운 질감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주를 통해 기쁨과 슬픔, 행복과 어려움 등 보통의 삶 자체를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을 찰리 정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표현했음을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