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증 유행으로 인해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무서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사람들은 가급적 이동을 자제하고 있다. 나 또한 한동안 재택 근무를 하며 지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러 공연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연주자들 또한 집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그런 중 몇 연주자들은 SNS로 팬들과 소통하며 답답함을 달래고 있다.
아예 이 시간을 창조를 위한 시간으로 삼은 연주자도 있다. 피아노 브래드 멜다우가 그렇다. 이번 솔로 앨범은 피아노 연주자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집에서 가족과 함께 “봉쇄” 기간을 보내며 “Suite: April 2020”이라는 큰 제목하에 쓴 곡들을 담고 있다. (참고로 2001년 네덜란드 출신의 보컬 플레린과 결혼한 그는 2010년부터 뉴욕과 암스테르담에 집을 두고 양쪽을 오가며 살고 있다. 이번 봉쇄 기간 중에는 암스테르담에서 살았다.)
‘조곡”을 이루는 12곡은 브래드 멜다우가 일상에서 스스로를 격리한 채 보내며 느낀 소소한 감정들에 기반하고 있다. “Keeping Distance”를 통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그리면서도 “Stepping Outside”를 통해 편안한 외출, 산책의 욕구를 드러낸다. 또한 “Remembering Before All This”를 통해서는 4월 이전의 일상에 대한 그리움을, “Uncertainty”에서는 현 상황의 불확실함을 생각하게 한다. 나아가 “Yearning”, “Waiting” 같은 곡에서는 평범한 일상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한편 “In The Kitchen”, “family Harmony” 같은 곡에서는 모처럼 가족과 오랜 시간 함께 하는 것이 주는 즐거움을 맛보게 한다.
단지 제목 만이 아니라 그의 연주 또한 그에 충실하다. 정서적으로 불안할 때 불안하게, 우울할 때 우울하게, 그리고 밝을 때 밝게 연주하며 집에 격리된 생활이 주는 양가적 감정을 전달한다. 그러면서도 서서히 이 불확실한 상황도 결국 해소되리라는 희망을 꿈꾸게 한다. 편안한 위안의 정서로 가득한 마지막 곡 “Lullaby”는 그가 감상자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것의 핵심이라 할만하다.
한편 조곡 외에 그는 추가로 닐 영의 “Don’t Let Me Down”과 빌리 조엘의 “New York State Of Mind”, 제롬 컨의 스탠더드 곡 “Look For The Silver Lining”을 연주했다. 이 곡들을 연주한 것 또한 “2020년 4월의 조곡”에 걸맞은 선택이었다. 세 곡이 각각 “현재에 낙담하지 않기”, “멀리서 느끼는 고향 뉴욕에 대한 그리움”, “희망을 잃지 않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 연주자는 이 ‘조곡’을 4월 한 달간 보낸 삶의 음악적 스냅사진이라 했다. 각 곡들의 연주시간이 그리 길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순간 떠오른 “단상”의 기록이랄까? 그래서 이번 앨범은 ‘조곡’인만큼 앨범 전체를 한꺼번에 들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곡 단위로 들을 때는 그가 말하려 했던 바를 이해하면서도 조금 더 연주를 확장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순간이 발생한다. 이것은 아마도 공연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이 앨범은 CD로는 발매되지 않았다. Lp로 1000장 발매되었고 그 외에는 음원으로 유통되고 있다. 수익금은 고로나 19 바이러스 감염증 유행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뮤지션들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될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