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sible – 조민기 (AM 2019)

베이스 연주자 조민기의 첫 리더 앨범이다. 나는 이 베이스 연주자를 김지훈 트리오를 통해 알았다. 피아노 연주자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그가 앨범을 발매한다고 했을 때 김지훈 트리오처럼 포스트 밥 계열의 음악을 들려주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피아노 연주자 김은영, 드럼 연주자 송준영, 색소폰 연주자 이선재와 함께 한 쿼텟을 바탕으로 필요에 따라 다른 연주자가 가세해 만든 앨범은 의외였다. 첫 곡 “Entry”부터 거리의 소음을 배경으로 아르코와 피치카토 주법을 오가는 솔로 연주를 펼치며 그는 자신의 음악적 욕구는 사이드맨 활동과 다름을 보여주었다. 이후 그는 포스트 밥을 넘어 프리 재즈의 어느 지점에 위치하는 연주를 이어갔다. “Discover”에서 색소폰 연주자 이선재의 자유롭게 상승하는 솔로 뒤에서 그에 상응하는 직관적인 연주를 펼치더니 이어지는 포스트 밥 성향의 “Green Onion”에서는 넘치는 에너지로 경주하듯 질주하는 연주를 펼친다. “York 9”에서는 도승은의 보컬, 크리스 바가의 비브라폰, 안상준의 기타까지 가세시켜 보다 높은 긴장 속에서 고밀도의 연주를 이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굉장히 복잡하고 어지러운 사운드를 생각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경계를 유희하고 때로는 탈주하는 곡들이 그에 비해 완벽히 정돈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모든 연주자가 동시에 같은 강도의 소리를 지름 없이 각자의 영역에서 적절히 강도를 조절하고 공간을 확인하며 경제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그래서 열린 느낌의 연주임에도 감상이 어렵지 않다. “No Power”처럼 우발적인 사건이 어우러진 듯한 곡조차 그 뚝딱거리는 움직임에서 쾌감을 느낄 정도다. (물론 모든 감상자가 이를 느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결국 조민기의 작곡과 구성이 베이스 연주만큼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이런 식의 자유도 높은 연주를 펼치는 연주자와 그 앨범이 이제 꽤 된다. 하지만 열려 있음이 주는 시원함과 함께 구성 요소들이 정치하게 맞물리는 것이 주는 안정감을 주는 앨범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꼭 열려 있으며 안정감을 주는 연주가 최고라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그것을 통해 감상의 짜릿한 쾌감을 주는 앨범은 더욱이 적다. 그렇기에 조민기의 이번 앨범은 내게 큰 만족을 주었다. 비유적으로 말한다면 수영을 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이 물 속을 유영해도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 상태를 상상하게 해주는 앨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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