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코넬리는 1990년대부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추리 소설가이다. 어찌 보면 스티븐 킹만큼의 지명도를 얻을 수 있을만한 작가인데 국내에는 생각만큼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내가 모르는 인기가 있을지도) 미드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원작자라 하면 아하! 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그는 레이먼 챈들러가 필립 말로를 주인공으로, 조르쥬 심농이 메그레 반장을 주인공으로 일련의 시리즈-내용은 자체로 독립적인- 소설을 썼던 것처럼 한 명의 주인공을 내세운 시리즈 소설을 쓰고 있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도 변호사 미키 할러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 소설의 하나이다. 하지만 미키 할러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주인공이고 미이클 코넬리의 주인공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해리 보슈 형사이다. 해리 보슈 시리즈는 1992년 마이클 코넬리의 첫 작품 <블랙 에코>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0편에 이르고 있다.
최근 이 헤리 보슈 시리즈를 완독하겠다는 마음으로 독서를 시작했다. 내가 해리 보슈 시리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강력계 형사가 재즈를 무척 사랑하는 인물로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를 주제로 한 재즈 앨범이 발매되기도 했다.
월남전에 참전해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해리 보슈는 자신의 상처, 고독을 재즈로 달래곤 한다. 그가 즐기는 재즈는 주로 1950,60년대의 하드 밥, 아방가르드 재즈이다. <블랙 에코>만 해도 프랭크 모건, 존 콜트레인, 소니 롤린스, 웨인 쇼터, 브랜포드 마샬리스 등의 음악이 형사가 듣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다고 재즈가 사건의 전개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누아르 풍의 이미지를 주인공에게 부여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특히 프랭크 모건을 좋아한다는 것은 재즈 애호가들에게 솔깃한 흥미를 주지 않을까 싶다. 존 콜트레닌, 소니 롤린스, 웨인 쇼터 등은 너무 유명해서 그들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그냥 뻔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빛을 많이 보지 못한 프랭크 모건을 좋아한다는 것, 특히 제일 좋아한다는 것은 해리 보슈가 재즈의 기본을 넘어 자신만의 확실한 취향을 지닌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블랙 에코>는 해리 보슈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소설인 만큼 형사의 과거와 현재, 성격, 그가 놓인 상황을 설명하면서 사건을 전개시킨다. 그는 베트남전에서 베트콩이 파 놓은 땅굴을 폭파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땅굴 쥐” 출신이었다. 이후 이 경력을 바탕으로 경찰이 되어 큰 사건을 해결하며 자신의 이름을 TV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사용하게 하고 돈을 받아 집을 살 정도로 승승장구하지만 수사 중 비무장한 혐의자를 죽여 LA 경찰국 본부에서 할리우드 경찰서로 좌천된 아웃사이더 성향의 인물이다.
이런 그의 앞에 베트남전에 땅굴 쥐로 함께 참가했던 전우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와 함께 전우가 연루된 대형 절도사건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에 해리 보슈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수사를 하여 사건을 종결한다.
아주 간단한 내용 소개지만 실제 그 이야기의 전개는 그렇지 않다. 상관 없어 보이는 두 실마리를 적절한 시점에서 만나게 하고 그것을 뒤트는 전개가 읽는 내내 긴장을 놓지 않게 한다. 게다가 글이 참 좋다. 신문 기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간결한 문체가 흠잡을 데가 없다. 그것이 독자로 하여금 사건 속 상황에 몰입하게 한다. 어찌 보면 흔한 형사 영화 같은 전개일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잊게 한다. 작가가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촘촘한 플롯 외에 흔한 대중 소설의 수준을 넘어선 글 솜씨 때문이라 생각한다.
재즈로 인해 그의 소설을 다 읽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작했지만 그래도 내용이나 문체가 그저 그랬다면 선뜻 독서를 이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가끔 빌려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마이클 코넬리의 상상력과 문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시간 때우기 용 소설의 느낌을 주지 않는다. 전권을 차근차근 구매해 서가에 두며 읽고픈 욕구를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