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ffrontement Des Prétendants – Louis Sclavis Quintet ‎(ECM 2001)

Label Bleu와 ECM을 오가며 앨범을 발표하고 있는 루이 스클라비는 지금까지 즉흥을 최대한 강조하거나 반대로 기보된 부분이 전체를 지배하는-특히 무용이나 연극을 위해 만들었던 곡들-매우 상반된 스타일의 음악을 동시에 추구해 왔다. 그리고 그 결과들은 모두 적어도 필자에게는 일정 수준 이상의 만족을 보장해 왔는데 이번 앨범도 그 예외는 아니다.

끝까지 긴장을 멈추지 않는 각 곡들은 의외로 간결하게 만들어졌고 그 진행에서도 드라마티제를 일부러 시도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 구조자체는 테마-즉흥 연주-테마의 반복이라는 정형성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기보된 부분을 해석하는 듯한 각 멤버들의 자유로운 연주로 매우 거대한 음악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루이 스클라비의 편성에 새롭게 가미된 트럼펫을 연주하는 장 뤽 카포조의 연주가 매우 인상 깊게 다가온다. 그리고 첼로의 뱅상 꾸르뚜와와 베이스의 브뤼노 쉐비용간의 절묘한 앙상블도 상당한 쾌감을 유발한다. 한편 독자성이 보장된 각 멤버의 연주는 집단 연주로 진행되면서 능동적으로 루이 스클라비가 의도한 분위기에 녹아 들면서 전체 사운드의 균질감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각 곡의 제목들이 매우 흥미롭다. 예를 들면 타이틀 곡이자 첫 곡인 L’affrontement des prétendants(지망자들의 대립)은 프랑스의 유명한 철학자 질 들뢰즈가 한 인터뷰에서 특정 사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표현이다. 그리고 마지막 곡 La mémoire des mains(손들의 기억)의 경우는 즉흥 연주에 있어서 무의식적 자동연주와 그로 인해 야기되는 상투성 간의 긴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직접적으로 음악과 연관되지 않으면서도 무엇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제목들의 사용은 편곡에 있어서 고난도의 텐션 노트를 사용한 것만큼이나 생경한 느낌을 유발한다.

요컨대 이번 앨범은 즉흥과 기보는 물론 뜨거움과 차가움, 전체와 부분 등 루이 스클라비 음악의 대립적인 요소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수작이라 말하고 싶다.

댓글

KOREAN JAZZ

Inflorescence: 개화(開化) – 윤지희 (Jihee Yoon 2012)

유명세와 상관 없이 연주자들은 저마다의 타고난 색을 지닌다. 그 색은 변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처음의 색이 여러 상황 속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번...

The Blues – 웅산 (EMI 2005)

웅산의 이번 두 번째 앨범은 지난 첫 앨범 <Love Letter>과는 확연히 달라진 그녀의 모습을 담고 있다. 단지 포즈를 바꾼 것이 아니라 화장과 옷차림 모두를...

CHOI'S CHOICE

The Other Side Of Abbey Road – George Benson (A&M 1970)

조지 벤슨은 웨스 몽고메리의 기타를 계승한 기타 연주자이다. 또한 재즈, R&B, 팝을 넘나드는 탁월한 보컬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재즈와 팝을 아우른다. 1960년대 초반에...

최신글

Plucked’N Dance – Édouard Ferlet, Violaine Cochard (Alpha411 2018)

피아노 연주자 에두아르 페를레와 하프시코드 연주자 비올랜 코샤르는 지난 2015년 앨범 <Bach: Plucked/Unplucked>에서 바흐의 클래식에 대한 색다른 시선을...

The Balance – Abdullah Ibrahim (Gearbox 2019)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우리는 벗어날 수 없다. 만약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Blue Note: Beyond The Notes – Sophie Huber (Mira Film 2018)

올 해로 블루 노트 레이블이 창립 80주년이 되었다. 독일 이민자 알프레드 라이언과 프랜시스 울프에 의해 1939년에 설립된 블루 노트는...

김현철 – Drive

https://youtu.be/LKT9JMvUKB4 빛과 소금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외에 요즈음 길을 걸을 때 한 두 번씩은 듣는 노래가 하나...

빛과 소금 –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https://youtu.be/7a-Fpt6dR0I 음악은 때로 있지도 않은 추억을 만들어 낸다. 요즈음 빛과 소금의 “내 곁에서 떠나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