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lahoma – Keb’ Mo (Concord 2019)

싱어송라이터이자 뛰어난 기타 연주자인 켑 모는 델타 블루스의 계승자로 알려져 있다. 델타 블루스는 20세기 초반 블루스와 컨트리, 포크 음악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컨트리 블루스의 하나로 미국 테네시 주의 멤피스에서 미시시피 강을 따라 퍼졌던 음악이다.

198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한 켑 모는 블루스, 컨트리, 포크가 어우러진 델타 블루스의 기본을 존중하면서도 이를 보다 더 현대적으로 바꾼, 거친 질감의 록, 보다 자유로운 재즈까지 아우른 블루스를 선보여왔다. 그리고 그 블루스는 평단과 대중 양쪽의 지지를 받아왔다. 그래미 상에 11차례 후보로 올라 최우수 컨템포러리 블루스 앨범 부분의 상을 4차례 수상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선배 블루스 뮤지션 타지 마할과 함께 했던 2017년도 앨범 <TajMo>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앨범 <Oklahoma>에서도 그는 자신의 입맛에 맞게 여러 음악 요소를 가미한 세련된 블루스 음악을 선보였다.

그는 이번 앨범을 여러 사건, 이슈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앨범 타이틀 곡“Oklahoma”가 대표적이다. 이 곡을 그는 2013년 오클라호마 무어 시를 강타해 큰 피해를 남겼던 토네이도에서 영감을 받았다.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이후 오클라호마를 방문한 후 그는 이에 관한 곡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만든 곡은 “비가오나 해가 뜨나 오클라호마는 괜찮을 것이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오클라호마 출신의 재즈 보컬 다라 터커와 함께 하고 오클라호마에서 유래한 음악인 털사 사운드(The Tulsa Sound)를 가미하는 한편 페달 스틸 기타로 유명한 로버트 랜돌프의 매끄러우면서도 울렁이는 솔로를 추가해 화사하고 밝은 분위기의 사운드를 연출했다.

한편 컨트리, 팝, 록, 블루스를 오가는 활동을 하고 있는 보컬 로잔 캐쉬와 함께 한 “Put A Woman In Charge”에서는 곡 제목처럼 세상 일에서 여성들의 역할을 더욱 높이자는 것으로 페미니즘에 친화적인 켑 모의 생각을 담고 있다.

그리고 배우이자 라틴 팝 보컬 자시 벨라스케즈와 함께 노래한 목가적인 분위기의 곡으로 멕시코와 파키스탄에서 미국으로 온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This Is My Home”에서는 미국에서 정착하기 위해 힘겨운 노력을 하고 있는 이민자들에 대한 켑 모의 애정 어린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타지 마할과 다시 함께 흥겨이 노래한 “Don’t Throw It Away”는 물건을 무조건 버리지 말고 재활용해야 하자는, 환경보호에 대한 켑 모의 바람을 담고 있다.

이처럼 이번 앨범을 통해 켑 모는 재난, 환경, 페미니즘, 이민자 정책 등에 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그에 걸맞은 가사와 적절한 사운드를 통해 드러낸다.

그렇다고 앨범이 사회참여적인, 대로는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앨범의 첫 곡으로 앨범에서 가장 블루스적인 사운드를 지닌 “I Remember You”의 경우 블루스 곡들에서 종종 드러나는 특유의 아픈 사랑의 상처를 별 볼일 없는 하류 남성과 붉은 드레스를 입으며 마르가리타를 마시는 화려한 여성을 대비한 가사로 가질 수 없는 대상에 대한 남성적 욕망을 담은 가사로 풀어냈다. 이러한 실연의 아픈 감정은 자신을 속이는 연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아 낸 “Cold Outside”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아픔은 이를 위로하고 희망의 세계로 인도하는 포크적 분위기의 “The Way I”, 지난 일을 쓸데 없는 가정으로 후회하지 말자는 내용의 경쾌한 “I Should’ve”와 주어진 길을 열심히 나아가는 “Ridin’ On A Train”을 통해 치유되고 극복된다.

또한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아내 로비 브룩스 무어와 함께 노래한 “Beautiful Music”은 아름다운 사랑 노래인 동시에 세상의 모든 걱정, 근심이 음악을 통해 해결될 수 있(기를 바라)다는 켑 모의 마음을 반영하고 있다. 어찌 보면 켑 모가 음악을 계속 하는 이유라 할 수도 있겠다.

켑 모는 단지 인상적인 멜로디와 가사에 그치지 않고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엇을 담고 있어야 좋은 곡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위해 가사를 다시 쓰고 녹음을 여러 번 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곡을 만들고 앨범을 만든다고 한다. 이번 앨범은 바로 그 진지한 과정의 결과이다.

사실 블루스는 국내에서 애호가 층이 견고하지 못하다. 켑 모의 음악 또한 블루스라는 이유로 제대로 감상되지 못할 지도 모른다.

만약 당신 또한 블루스가 낯설고 그래서 감상을 기피한다면 용기 내어 앨범을 들어보길 바란다. 생각 외로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사운드에 블루스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게 될 것이다. 그 중 몇 곡은 아예 오래 듣는 애청곡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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