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yan Ferry – My Heart Is Still Breathing

올 해의 절반은 걷는데 집중했다. 6월 26일부터 걷기 시작해 12월 31일인 오늘 현재까지 총 2474.2km(3,713,067걸음)를 걸었다. 매일 약 13.1km(19.646걸음)를 걸은 셈이다. 

그렇게 6개월여를 걸은 결과 체중이86.3kg에서 73kg으로 줄었다. 그와 함께 여러 건강지수가 향상되었다. 인바디 점수 80점 체지방률 17.1%가 대표적이다. 그냥 걷기만 했는데 그리 되었다. (게다가 체중 감소는 3개월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나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 놀랍다. 

원래는 하루에 10,000보만 걸으려 했다. 그런데 걷는 재미가 남달랐다. 길 끝에 무엇이 있을까 하는 궁금함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앞으로 나가다보니 어느 날은 40km 넘게도 걷게 되었다. 

걷기 위해 올림픽공원 근처의 집에서 잠실 종합 운동장 근처까지는  일상적으로 걸었으며 양재천, 탄천, 성내천도 자주 걸었다. 한강 둔치는 동작대교와 강동대교 사이를 남북으로 걸었다. 결혼 기념일에는 집에서 성수동에 있다는 맛집까지 가족을 이끌고 걸어서 다녀오기도 했다. 

일상에서는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를 가급적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이용했으며 점심 먹고는 사무실 근처를 한바퀴 돌아 커피를 사곤 했다. 

건강에도 좋지만 걷기의 매력은 그냥 일상에서 나를 벗어나게 한다는 것에 있지 않나 싶다. 이런 저런 생각 속에 걷기를 시작하지만 이내 무아지경으로 빠진다. 다리가 나를 이끄는 것 같다. 그렇게 두 세시간 걷고 나면 뭔가 개운해진다. 잠도 잘 오면서 고민할 시간이 준다. 

반면 아쉬운 점도 있다. 주로 밤에 걷다보니 음악을 듣고 글을 쓸 시간이 부족했다. 저녁을 먹고 걸으면 11시 경에야 끝이 나곤 했으니 말이다. 더불어 가족과 이야기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었다. 가끔 같이 집을 나설 때도 있지만 걷는 속도나 흥미 등에 차이가 있어서 서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걸으면서 욕심이 생겼다. 전국을 걸어서 일주해보는 것. 하루에 40km 정도씩 걸으면 동서남북의 주요한 지역을 한 두달이면 다 걸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것을 방송으로 만들고 싶다. 서울 걷기의 즐거움을 부산 사람들에게, 부산 걷기의 즐거움을 서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과거 주로 걸어서 이동하던 시절에는 활동 반경이 서울 정도만 되어도 지루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더 맛나는 삶이 아니었을까 싶다. 작은 것에서도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삶. 

일하지 않는 오늘도 아침에 올림픽공원에서부터 포스코 센터까지 걸었다. 그렇게 내년에도 걸을 것이다. 그 길 어딘가에서 당신을 만났으면 좋겠다. 

오늘 걸으면서 브라이언 페리의 새 앨범 <Bitter-Sweet>을 들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바빌론 베를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앨범인데 재즈, 블루스, 카바레 음악 등을 아우르고 있다. 드라마에 자신이 직접 카바레 싱어로 출연했기에 그런 듯. 

그 가운데 “While my heart is still breathing”이 귀에 들어온다. 이 곡은 과거 브라이언 페리가 록시 뮤직 시절에 불렀던 곡이다. 그런데 스타일의 차이를 뒤로 하더라도 노래가 매우 다르다. 사랑의 기억마저 아련해진 자의 노래로 바뀌었다. 그것이 참 매력적이다. 나이가 들어도 남자의 느낌을 지닌다는 것, 거기에 품격을 지닌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여기에는 그가 새로운 취향, 스타일 나아가 삶의 풍경을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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