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 – 기억을 위한 사진들

지난 27일은 내 생일이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반갑지 않은 나이기에 덤덤한 하루였다. 그래도 축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런데 내 생일날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시작과 끝은 늘 겹치니까. 그래도 내가 애착을 느끼는 사람의 떠남은 남다르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전태관의 떠남이 그랬다. 대학 선배라지만 나는 그를 본적이 없다. 하지만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라는 사실 만으로도 그는 내게 친숙한 인물이었다. 

내가 봄여름가을겨울을 알게 된 것은 1989년 어느 날이었다. 친구중 누군가 한국의 퓨전 재즈 그룹이 있다며 봄여름가을겨울을 추천했던 것이다. 

이후 나는 그룹의 음악에 빠졌다.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을 들으며 항상 기뻐했으며 “열일곱 스물넷”을 들으며 일곱살 아래의 여자를 그리곤 했다. 

김종진의 노래하기 싫은데 억지로 노래하는 듯 내뱉는 창법을 따라 하기도 했으며 “어떤이의 꿈”이나 “아웃사이더”의 드럼 연주를 손으로 따라하기도 했다. 

이렇게 내 청춘의 한시절을 함께 했기에 봄여름가을겨울은 내게 특별한 그룹이다. 그렇기에 전태관의 떠남은 내 한시절의 화석화를 의미한다. 부디 그가 저승에서 천사의 곁에 서기를 바란다. 

청춘시절 나는 풋풋한 느낌의 1집과 2집, 색소폰 연주자 앤디 스나이쳐를 초빙해 한층 세련된 사운드를 만들어냈던 3집을 좋아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4집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어느새 마음에 들어왔다. 

그 가운데 “기억을 위한 사진들”을 자주 들었다. 곡을 들으며 오늘을 언제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 기억하자고 다짐하곤 했다. 하지만 봄여름가을겨울에 대한 관심이 시들어가면서 “기억을 위한 사진들” 또한 희미해졌다. 

그런 중 전태관의 떠남과 함께 곡이 다시 생각났다. 그래서 다시 들었다. 이제는 다시 고인의 연주를 들을 수 없겠다는 생각에 우울해졌다. 

전태관의 떠남 이전 그룹에 대한 내 기억속 사진은 밝고 낙관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내 한 시대가 끝났다는 느낌에 슬퍼진다. 

세상을 떠난 전태관 앞에 그 슬픔을 담아 애도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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