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mas Meets Cuba II – Klazz Brothers and Cuba Percussion (Sony 2018)

따듯한 크리스마스를 위한 캐롤

독일 출신으로 클래식과 대중 음악을 오가며 활동하던 피아노-베이스-드럼 트리오와 두 명의 쿠바 출신의 타악기 연주자로 구성된 클라즈 브라더즈와 쿠바 퍼커션은 2002년 첫 앨범 <Classic Meets Cuba>를 시작으로 클래식, 재즈, 탕고 등의 음악을 화려한 라틴 음악과 결합하는 시도를 해왔다. 그것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장르간의 교차인 동시에 실제로는 만나기 힘들었던 새로운 가로지르기였다. 게다가 라틴 음악과 다른 음악이 만나는 과정에서 드러난 재즈적인 색채는 이들의 음악을 클래식, 라틴 음악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재즈 애호가들까지 사랑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17년에 걸쳐 <~ Meets Cuba>란 타이틀로 시리즈 형태로 발매되어 온 일련의 앨범들은 모두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클라즈 브라더즈와 쿠바 퍼커션의 음악이 꾸준한 사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의도했던 장르간의 결합이 훌륭한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 안에 흐르는 유쾌하고 낭만적인 정서 때문이었다. 어떠한 곡이건 간에 다섯 연주자는 그 안에 화사한 햇살을 비추었다. 그래서 일체의 슬픔을 지우고 오로지 기쁨과 행복만 남게 했다.

서로 어울리기 힘들겠다 싶은 음악들을 쿠바 음악과 자연스레 어울리게 만드는데 뛰어난 그룹이었지만 그래도 2010년에 발매된 앨범 <Christmas Meet Cuba>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쿠바 음악과 만나게 한 것은 상당히 뜻밖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왜냐하면 크리스마스 캐롤 하면 하얀 눈으로 가득한 겨울이 제일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것을 눈 한번 내리지 않는 지역 스타일로 바꾸어 연주한다는 것은 마치 아이스크림을 상온에 두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실제 음악은 그렇지 않았다. 추운 겨울, 사랑의 의미를 더욱 생각하게 만드는 음악들은 의외로 화려한 라틴 리듬 위에서도 매력을 발했다. 이를 통해 감상자들에게 크리스마스는 북반구만의 것이 아닌 것임을 깨닫게 했다. 춥건 덥건 상관 없이 크리스마스는 세계 모든 사람들을 위한 축일임을 인식하게 했다.

그로부터 다시 8년이 흐른 2018년 클라즈 브라더즈와 쿠바 퍼커션은 다시 한번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주했다. 그것이 지금 바로 우리가 듣고 있는 앨범 <Christmas Meets Cuba 2>이다. 이미 한 차례 했던 시도의 연장이기에, 게다가 크리스마스라는 특정 시기를 위해-어쩌면 상업적인 의도가 음악에 앞서는- 만들어진 음악이기에 새로움이 부족하거나 이전 스타일의 반복이 아닐까 의심하는 시선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것은 먼저 편성에서부터 드러난다. 이번 앨범에서 그룹은 트럼펫 연주자 율리에스키 곤살레스, 색소폰과 플루트를 연주하는 레안드로 세인트 힐을 합류시켜 사운드를 풍성하게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마리아 마르케시니, 올비도 루이스, 톰 가에벨, 크리스티안 폰 리히토펜, 워시 데이비스 등 5명의 보컬들을 불러 총 13곡 중 10곡에 참여시켰다. 이로 인해 연주 곡을 중심으로 필요에 따라 경건한 합창을 사용했던 전작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만들었다. 그래서 총 13곡 가운데 “Stille Nacht(고요한 밤)”, “Ihr Kinderlein Kommet(당신의 아이들)”, “Feliz Navidad”, “Let It Snow”, “White Christmas” 등 전작에 이어 이번 앨범에서도 다시 연주되었음에도 진부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풍성한 편성과 보컬의 강화로 인해 드러나는 미덕은 2010년도 앨범에서보다 한층 더 강화된 라틴적인 색채감이다. 더욱 더 클라즈 브라더즈와 쿠바 퍼커션다운 음악을 했다고 할까? 8년전에는 그래도 자신들이 연주하는 곡이 크리스마스 캐롤임을 알고 조심하듯 연주했던 것이구나 싶을 정도로 이번 앨범에서는 햇빛 찬란하고 파도가 넘실대는 쿠바의 해변, 그리고 그곳에서의 화려한 축제를 그리게 하는 연주를 들려준다.

 “All I Want For Christmas”가 대표적이다. 머라이어 캐리가 곡을 쓰고 직접 노래해 인기를 얻었던 이 곡을 클라즈 브라더즈와 쿠바 퍼커션은 원곡의 흥겨움을 유쾌한 래게 리듬과 라틴 음악 특유의 작렬하는 트럼펫 섹션-율리에스키 곤살레스 혼자 만들어 낸-이 무더운 남반구의 크리스마스를 그리게 한다. 나아가 “Let It Snow”은 “The Peanut Vendor”로도 알려진 쿠바의 유명 곡 “El Manisero”와 결합해 눈 내리는 날이 아니라 햇살이 뜨거운 날의 크리스마스를 그리게 한다.

한편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는 올비도 루이스가 영어 대신 쿠바의 언어인 스페인어로 노래하고 여기에 멤버들의 스페인어 코러스가 가세해 애초 이 곡이 쿠바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바꾸어버렸다. “Feliz Navidad”도 마찬가지다. 싱어송라이터 호세 펠리치아노의 곡으로 제목부터 라틴적인 이 곡을 그룹은 타악기를 더욱 더 부각시키고 후반부에 스페인어 코러스와 노래를 결합해 보다 라틴적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하바나의 한 파티에 어울릴만한 음악으로 바꾸었다. 또한 “루돌프 사슴코”를 연주한 “Rudolph Mambo”에서는 멤버들의 흥겨운 구음-그룹의 대표곡 중 하나인“Mambozart”에서 보여주었던-과 새로운 멜로디를 더해 완벽한 여름용 음악으로 바꾸었다.

라틴적인 색채감을 강화했다고 해서 모든 곡들을 빠른 템포로만 연주하지는 않았다. “Stille Nacht(고요한 밤)”, “Ihr Kinderlein Kommet(당신의 아이들)”, “White Christmas”, “Hallelujah”처럼 느린 템포로 연주한 곡들도 있다. 모두 밤의 분위기를 지닌 곡인데 상대적으로 빠른 템포의 곡들에 비해 추운 겨울의 크리스마스를 생각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곡 아래에 흐르는 타악기 리듬이 주는 라틴적 느낌은 여전하다. 한번도 눈을 보지 못했던 쿠바인이 뉴욕에서 눈을 보았을 때의 기분을 그리려 했을까? 특히 레너드 코헨의 곡을 마리아 마르케시니의가 노래한 “Hallelujah”는 원곡만큼이나 경건하게 다가온다.

한편 기존에 널리 알려진 캐롤의 스탠더드 곡들 외에 그룹은 앞서 언급한 “All I Want For Christmas”와 “Hallelujah” 외에 “Last Christmas”, “Driving Home For Christmas” 등 캐롤 밖에 있던 겨울 곡들을 새로 연주해 신선함을 더했다. 이들 곡들은 캐롤로서의 신선도가 높다고 판단했는지 원곡의 정서를 다른 곡들보다 한층 많이 반영했다. 그래서 “Last Christmas”에서는 조지 마이클이 애잔하게 노래했던 슬픈 크리스마스가, “Driving Home For Christmas” 크리스 리가 구수한 목소리로 노래했던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기 위해 집으로 향하는 설렘이 비록 보컬은 바뀌었지만 그대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들 곡에서도 그룹은 앨범의 주제인 쿠바와의 만남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무더운 해변에서의 추억, 그 곳의 집으로 향하는 설렘을 생각하게 한다. 나아가 즐겁고 화려한 파티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멀리 들리는 하바나의 한적한 뒷골목의 느긋한 풍경을 그리게 한다.  

혹시 라틴적인 색채가 강하다고 해서 흥미롭지만 우리의 크리스마스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캐롤 앨범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이런 생각을 해보기 바란다.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보다 그렇지 않은 크리스마스가 더 많았음을 말이다. 눈이 없으면 크리스마스는 어딘가 어색한 느낌을 준다. 흥도 잘 나지 않는다. 클라즈 브라더즈와 쿠바 퍼커션의 캐롤은 바로 이런 눈 없는 날의 크리스마스를 위한 것이다.

나아가 다섯 연주자 캐롤은 따스한 실내, 사랑하는 가족 혹은 연인,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실내를 그리게 한다. 창 밖이 추울수록 더욱 따스하게 느껴지는 실내에서의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 배경에 두어보자. 함께 하는 즐거움이 한층 커질 것이다. 나아가 크리스마스의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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