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hining Fingers – 이봉울 (Origin 2018)

언제나 새로운 연주자를 만나는 일은 즐겁다. 게다가 그 연주자의 음악이 훌륭하면 매우 기쁘다. 여기에 그(녀)가 우리 한국인이라면 반갑다. 피아노 연주자 이봉울의 이번 첫 앨범이 그랬다. 첫 앨범인 만큼 그 이전까지 나는 그녀를 잘 몰랐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살펴보니 클래식을 공부하다가 오스카 피터슨의 연주에 매료되어 재즈로 방향을 바꿔 2012년 맨하튼 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고 한다. 그런데 졸업 후 곧바로 귀국하지 않고 뉴욕에서 전문 연주자로서 활동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녀의 이번 첫 앨범은 전문 연주자로서 6여 년간의 활동 끝에 내놓은 산물이다. 그래서일까? 앨범에 담긴 능숙하고 완성도 높은 연주가 첫 앨범 같지 않은 느낌을 준다. 강물 같다고 할까? 부드럽게 흐르면서도 그 표면만큼이나 깊이 또한 느끼게 해준다. 정서적 흡입력이 강하면서도 그것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이러한 장점은 작곡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녀가 쓴 곡들은 단번에 귀에 쏙 들어오는, 대중적 흡입력이 있는 선명한 멜로디, 여기에 양감을 부여하는 풍성한 화성으로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다. 곡 제목으로 보아 소소한 일상에서 곡의 영감을 얻고 이를 음악적으로 파고든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경쾌하고 산뜻한 “After The Black Dog”에서는 강아지를 뒤따라 동네를 산책하는 연주자가 상상되며 부드럽고 우아한 “Feminite Du Bois”에서는 유명 향수의 달콤한 내음이 그려진다.

자신의 감수성을 담아낸 곡을 구체화한 연주 또한 매력적이다. 뤼크 커티스(베이스), 켄드릭 스콧(드럼)과의 친밀한 호흡 속에 그녀는 “모던 재즈”의 전통을 충실히 수용하고 이를 다시 “모던”하게 사용한 바로 지금의 연주를 들려준다. 익숙한 듯하면서 신선한 질감이 귀를 즐겁게 한다. 또한 달려야 할 때는 달리고 속도를 줄여야 할 때는 줄이는 절제와 균형 감각 또한 훌륭하다. 제목만큼이나 살랑거리는 타이틀 곡이나 질주하는 “Repeating Nightmares”같은 곡에서의 속도감, “How’s Up There”에서의 극적인 비감, 솔로로 연주한 “Burning Incense”의 그윽한 서정이 그 예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러한 절제와 균형은 그녀가 자신의 곡을 자신의 이야기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앨범에서 유일한 스탠더드 곡인 “Bye Bye Blackbird”도 다른 곡들과 이질감 없이 잘 섞인 것으로 보아 그녀가 연주 이전에 이 곡을 자주 듣고 좋아했으리라 생각된다.

단지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보다 조곤조곤 흐름을 잃지 않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말이 더 신뢰가 가는 법이다. 이봉울의 음악과 연주가 그렇다. 이제 첫 앨범이지만 이후에도 그녀의 음악 여정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은, 빛나는 연주(Shining Fingers!)로 우리 재즈를 이끌 것 같은 믿음을 갖게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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