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sinki Song – Trygve Seim (ECM 2018)

그렇게 속주를 즐겼던 찰리 파커도 발라드를 연주했다. 일그러진 연주를 즐겼던 오넷 콜맨도 선율적 감각만큼은 매우 뛰어났었다. 이처럼 아무리 복잡하고 어지러운 연주를 즐기는 연주자라 하더라도 인생에 있어 적어도 한번쯤은 부드러운 연주를 펼칠 때가 있다. 그것도 아주 매력적으로 말이다. 노르웨이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트릭베 세임의 경우 이번 앨범이 바로 그 때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색소폰 연주자가 너무나 자유분방해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음악을 해왔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앨범처럼 선율이 명확하고 서정미로 가득한 앨범을 선보인 적은 없었다.

그가 이리 시정 가득한 곡들을 만들게 된 데에는 외국에서의 체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앨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핀란드의 헬싱키에 머물며 이번 앨범의 수록 곡 대부분을 썼다. 공연으로 여기저기 다니며 이방인의 생활에 익숙했겠지만 그래도 낯선 도시에 비교적 오랜 시간 머문다는 것은 그에게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New Beginning”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그는 동양적인 느낌마저 드는 연주로 타지에서의 낯섦을 표현했다.

그래도 그는 낯선 공간에서 혼자라는 느낌에 매몰되지 않고 사람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나 보다. 이번 쿼텟의 베이스 연주자 매츠 아일레츠센의 40세 생일을 위해 썼다는 “Birthday Song”, 자신의 어린 딸을 위한 “Sol’s Song”, 역시 어린 아들을 위해 썼다는 “Ciaconna Per Embrik” 그리고 피아노 연주자 크리스티안 란달루를 향한 “Randalusian Folk Song” 등 가족과 동료를 위한 곡들이 이를 말한다. 앨범이 고독감 속에서도 평화와 위안의 정서가 강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외에 이고 스트라빈스키에 관한 영화를 보고 섰다는 “Katya’s Dream”, 오넷 콜맨의 프리 재즈 스타일로 연주한 “Yes, Please Both”, 작곡가 지미 웹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쓴 “Morning Song” 등도 색소폰 연주자 자신의 내면을 넘어 외부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한편 이번 쿼텟 사운드는 일부분 키스 자렛의 유러피언 쿼텟이나 80,90년대 얀 가바렉 그룹을 연상시킨다. “Ciaconna Per Embrik”에서 아련한 서정을 바탕으로 흐르는 트릭베 세임의 솔로 연주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New Beginning”과 같은 선상에 있는 “Sorrow March”에서의 이국적인 울림이나. 앨범 곳곳에서 보이는 쿼텟의 목가적 어울림은 ECM의 오늘을 있게 한, 어쩌면 트릭베 세임의 유년 시절에도 스며들었을 연주자들과 그 음악을 그리게 한다.

서정적이라서 앨범이 만족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그 서정이 연주자의 한 시기의 진실을 담고 있기에 나는 이 앨범이 좋다. 나아가 나 외의 많은 사람들의 오랜 사랑을 받으리라 생각한다.

5 COMMENTS

  1. ECM 앨버의 공통점일수도 있지만…뭔가 감정의 심연을 건드린다는 느낌을 받을때가 있습니다. 이 앨범..너무 좋습니다!

    • 다소 가라앉은 듯한 사운드가 그런 느낌을 만들어 내죠. 그 중 이 앨범은 고독감을 달콤하게 그려낸 것 같아 더 좋네요.ㅎ

    • 아~….’고독감을 달콤하게 그려낸’ ,,,맞아요!! 이게 뭔 느낌인가 표현하고 싶었는데..ㅜ 딱 맞는 언어를 찾아서 뭔가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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