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베넷과 듀오

남성 보컬 토니 베넷은 60대에 접어들면서 다른 보컬과 함께 하는 것을 통해 노장답지 않은 새로운 앨범을 선보여왔다. 그 전까지 그는 언급했듯이 편성의 변화와 레퍼토리의 변화를 통해 음악적 신선도를 유지하곤 했다. 그러나 재즈가 갈수록 대중들과 멀어지고, 게다가 그 대중들 또한 중장년이 주류를 이루게 되면서 다양한 보컬들과 함께 노래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여기에는 그의 경제적인 상황도 영향을 주었다. 그러니까 1970년대 후반 그는 자신의 앨범 제작을 위해 설립했던 임프로브 레이블이 문을 닫고 여기에 두 번째 결혼마저 이혼으로 막을 내린데다가 마약에 중독되는 등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그런 과정에서 돈을 탕진해 국세청으로부터 집이 압류되기도 했다.

길을 잃은 것 같은 상황에서 그의 아들 대니 베넷이 독자적인 음악 활동을 멈추고 매니저로 나서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아들의 적절한 관리 속에 그는 크고 작건 다양한 공연을 통해 과거의 명성을 쌓아갔다. 그 결과 1986년 임프로브 레이블을 만들며 떠났던 콜럼비아 레이블과 다시 계약을 맺고 다시 앨범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 중 1990년대 뮤직 비디오의 시대가 열리자 그는 이에 맞추어 1993년 앨범 <Steppin’ Out>을 발표하며 타이틀 곡이라 할 수 있는 “Steppin’ Out with My Baby”를 뮤직 비디오로 제작했다. 그런데 그것이 MTV에 방송되면서 기대 이상의 인기를 얻었다. 이에 뉴욕 타임즈는 “토니 베넷은 세대 차이를 극복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없앴다. 그는 록을 듣고 자란 젊은 세대와 견고하게 연결되었다.”고했다. 이러한 새로운 인기에 힘입어 그는 1994년 당시 유행하던 MTV의 언플러그드 라이브에 출연했다. (사실 평생 언플러그드 음악을 해온 그에게 이 공연은 다소 역설적인 것이었다.)

그의 오랜 음악적 지우(知友)였던 피아노 연주자 랄프 쉐런이 이끄는 트리오와 함께 했던 이 공연에서 그는 엘비스 코스텔로, K.D 랭을 초대해 함께 노래했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이 공연을 담은 앨범 <MTV Unplugged: Tony Bennett>은 플래티넘의 판매고를 이루며 그래미상 올해의 앨범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이 언플러그드 공연은 다른 보컬과 듀오로 노래하는 것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곧바로 그는 듀오 앨범을 녹음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랄프 쉐런과 편성과 레퍼토리를 새로이 하며 넉 장의 앨범을 이어갔다. 그리고 랄프 쉐런과의 마지막 녹음이 되었던 2001년도 앨범 <Playing With My Friends: Bennett Sings The Blues>로 본격적으로 다양한 보컬들과 함께 노래하기 시작했다. 이 앨범에서 그는 다이아나 크롤, 레이 찰스, 나탈리 콜, 쉐릴 크로우, 빌리 조엘, B.B. 킹, 보니 레이트,케이 스타, 스티비 원더 등 재즈는 물론 팝과 록의 유명 보컬들과 함께 노래했다.

앨범은 미국에서만 골드 레코드(50만장)의 판매고를 이루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에 힘입어 그는 K.D 랭과 함께 한 앨범 <A Wonderful World>(2002), 폴 매카트니,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제임스 테일러, 후아네스, 엘튼 존, 팀 맥그로우, 스팅, 보노, 존 레전드, 조지 마이틀 등 2001년도 앨범보다 훨씬 더 다양한 성향의 보컬들과 함께 한 앨범 <Duets: An American Classic>(2006), 레이디 가가, 존 메이어, 에이미 와인하우스, 노라 존스 등 당대의 핫한 보컬들과 조쉬 그로번, 안드레아 보켈리 등 클래식 계열의 보컬들까지 아우르는 여러 보컬들과 함께 한 <Duet II>(2011),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마크 안소니, 글로리아 에스테판, 비첸테 페르난데스 등 영어권은 물론 스페인어, 포루투갈어권의 라틴 보컬들과 함께 한 앨범 <Viva Duets>(2012), 레이디 가가와 함께 한 <Cheek To Cheek>(2014), 그리고 다이아나 크롤, 빌리 조엘, 레이디 가가, 마이클 부블레, 안드레아 보켈리, K.D 랭, 스티비 원드, 엘튼 존, 루퍼스 웨인라이트 여기에 배우 케빈 스페이시까지 참여한 그의 90세 생일 기념 공연을 담은 앨범 <Tony Bennett Celebrates 90>(2016)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듀오 앨범을 선보였다.

재즈에 국한되지 않은 팝, 록, 클래식, 월드뮤직 장르의 보컬까지 아우르는 노래를 불렀기에 감상자에 따라 너무 대중적인 부분만을 신경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 없는 것이 보컬들은 다양해도 레퍼토리만큼은 스탠더드 곡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많은 보컬들이 대중성을 이유로 팝, 록의 유명 곡을 노래하고 그 과정에서 음악 또한 팝,록 쪽으로 경도되곤 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여러 장르의 유명 보컬들을 초대해 그들에게 마치 재즈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려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1990년대 뮤직 비디오를 계기로 젊은 감상자들을 재즈로 이끌었던 것처럼 재즈 밖의 감상자들이 재즈에 관심을 갖게 하기도 한다. 이들 앨범 대부분이 골드나 플래티넘(백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재즈 애호가들만을 대상으로서는 이런 성과를 내기란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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