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철학의 예술적 사용 – 홍명섭 (아트북스 2017)

현대 미술가이자 대학 교수인 저자가 강의를 하듯 현대 미술론을 펼친 책이다. 그는 혼자만의 언어로 만들어 낸 것 같은 난해한 현대 미술 작품, 시간과 공간성에서 자유로운 듯한 현대 미술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기반으로 니체, 들뢰즈 등의 현대철학을 사용한다. 특히 들뢰즈의 철학은 그가 강의 형태로 설명하는 현대 미술에 대한 생각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들뢰즈의 철학을 미술적으로 해석했다고 보는 것이 더 나을 정도이다.

아무튼 저자는 미술이란 낯설고 충격적인 경험으로 이끄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낯설고 충격적인 경험이란 일종의 뒤집기에 기인한다. 원인에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닌 결과에서 원인이 찾아지는 식의 뒤집기 말이다. 그렇다고 흔히 말하듯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되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결과가 원인에 영향을 주는, 결국 상호 영향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영향 관계는 작품과 세계에서도 이루어진다. 작품이 작업자의 공간에서 완성되어 세상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던져지는 순간에도 작품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아가 작가의 의도와도 연관된다. 실재로서의 나를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만 정의하기 어려운 것처럼 작품 또한 작가의 의도만을 담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와는 별대로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의미가 외부와의 관계를 통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자발성을 통한 작품의 전복이랄까?

이러한 외부와의 관계가 중요하게 되면서 감상자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감상자 또한 작가의 의도를 찾으려는 어려운 감상을 하는 대신 작품과 만나는 그 순간/사건에 집중해 작품을 몸으로 체험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창조적인 감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작품은 작가와 감상자의 상호의존적인 흔들림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현대미술은 확정적인 것보다는 순간, 접촉에 따라 의미나 감상이 변하는 것이다. 다양한 감상 가능성이 시시각각 다르게 드러난다고 할까? 이것은 확고한 창작 아이디어가 과연 어디까지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낳는다. 창작자와 감상자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한다. 어쩌면 저자가 바라는 현대미술이란 이런 긴장을 통해 실재 현대 생활 속에 파고드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며 작가는 들뢰즈가 자신의 철학을 전개하며 사용했던 여러 개념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작가는 들뢰즈의 저작보다는 이를 해석하고 설명한 국내 철학자들의 책을 참조했다. 그것이 난 인상적이었다. 오랜 시간 국내에서 발간된 들뢰즈 관련 책들을 꼼꼼히 읽고 이를 창조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경우 원 철학자의 저서들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생각에 부족함이 느껴지곤 한다. 아마추어로 스스로를 한정하곤 한다. 저자 또한 자신이 들뢰즈의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하지 않는다. 아마추어적인 이미지를 부정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이해한 들뢰즈-그것에 오해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를 자신 있게 자신의 미술론으로 활용한다. 말 그대로 “현대철학의 예술적 사용”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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