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로 – 나쓰메 소세키 (송태욱 역, 현암사 2014)

다른 독후감을 통해서도 언급했지만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현대적인 맛에 있다. 이번에 읽은 <산시로>만 해도 1908년에 씌어진 것임에도 2018년에 씌어졌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세련됨이 있다. 물론 시대적인 상황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 흐르는 정서적인 부분은 특별히 손댈 필요가 없을 듯하다. 만약 영화로 만든다면 그냥 그 줄거리를 그대로 현대에 옮겨도 괜찮을 것이다.

시대를 앞선 현대적인 세련됨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소설이 출간되었을 당시에는 어땠을까? 독자들은 문체나 소설 속 인물들의 감수성에 감탄했을까? 신문에 연재되었던 소설이니 어느 정도는 이 부분에 찬사를 받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360여 페이지에 이르는 장편이지만 소설의 내용은 단편으로도 가능하겠다 싶을 정도로 매우 간단하다. 시골 출신의 산시로가 도쿄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하며 만난 친구, 선생님과의 일상 그리고 “썸”으로 끝난 미네코와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산시로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당시의 대학과 교육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의 삶을 통해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며 자신들의 문화를 새로운 방향으로 진행시키던 일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미네코의 경우를 통해 현대적 자각을 시작한 여성을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고 소설이 진지하게 이런저런 문제를 직설적으로 건드린다는 것은 아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과거 흔히 말해졌던 “먹고 대학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별한 긴장 없이 학교와 집을 오가며 피곤한 현실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돈 걱정도 별로 없고 심지어 공부에 대한 걱정도 별로 없는 그 평안함이 부러울 정도다.

소설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결국 산시로와 미네코의 연애 이야기이다. 미네코는 충분히 그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음에도 이 전근대적인 환경에서 자란, 게다가 소심한 산시로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혼자만 고민하다가 고백할 순간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그것이 답답하지만 소설을 끝까지 읽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의 강한 여운을 남기는 산시로의 독백을 통해 소설을 기억하게 한다.

작가는 프롤로그로 구분하지는 않았지만 산시로가 도쿄로 오는 기차에 만난 한 여인과의 일화를 통해 그가 다소 소심하고 남성적 용기가 부족함을 먼저 암시했다. 그리고 이것을 끝까지 밀고 나간 뒤 마지막에서야 그가 후에는 변할 것임을 생각하게 했다. 이를 보면 작가는 신문 연재를 시작하면서 이미 마지막까지 다 머리 속에 그리고 있었지 않았나 싶다. 또한 이런 면에서 보면 이 소설은 한 청춘의 성장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것이 소설의 현대적인 부분을 결정한다.

소설을 읽으며 나는 절로 나의 대학 시절을 생각했다. 나 또한 산시로만큼이나 사랑에 소심했다. 자신에 빠져 그것을 제 때에 드러내지 못해 사랑을 얻지 못했다. 그냥 미네코가 말했던 길 잃은 양 같은 관계를 유지하다가 사랑을 잃고 후회했었다. 1908년의 한 (가상의) 일본 청년의 연애 아닌 연애담은 이를 다시 상기시키고 또 한번 후회하게 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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