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블론드 – 마이클 코넬리 (이창식 역, 알에이치코리아 2015)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세 번째 소설을 읽다. 주인공인 형사 해리 보슈가 재즈를 좋아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어 읽기 시작했지만 시리즈를 읽을수록 그 외에 작가가 글을 참 잘 쓴다는 사실에 만족이 더 커진다.

이번 소설은 앞의 두 편의 소설에서 언급 형식으로 드러냈던 해리 보슈가 할리우드 경찰서로 좌천되게 만들었던 사건-소설 속 시점에서는 4년 전 사건-을 현재로 소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인공의 출생 및 성장 배경, 헐리우드 경찰서로의 좌천에 대한 억울함 등이 제시되며 그에 대한 살아 있는 캐릭터로서의 이해를 깊게 한다.

또한 할리우드 경찰서를 중심으로 미국 경찰서의 내부 문제점, 법과 재판의 문제점 등이 사건의 전개 속에 묘사되는데 그것이 매우 현실적이다. 작가가 기자로서 범죄 사건 관련 취재를 했던 경력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생각하게 해준다.

한편 작가는 사선을 진행하는 것에 있어 범인에 대한 단서-결과적으로는 독자를 함정에 빠트리는 잘못된-를 조금씩 흘려 독자로 하여금 영화만큼이나 생생하게 범인을 추리하게 만든다.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통해 독자의 상상과는 다른 결말로 추리 소설 읽기의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게다가 단서의 나열과 이를 중심으로 흐르는 사건의 진행이 상투적인 듯하면서도 그렇지 않다. 바로 이점이 작가의 소설이 대중적이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전 소설에서 언급된 사건과 인물이 등장한다고 이전 두 편의 소설을 먼저 읽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읽고 이번 소설을 본다면 이해가 재미가 더 큰 것은 분명하다. 해리 보슈를 포함한 주변 인물들의 입체성이 더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물과 공간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번역자가 같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아주 다르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몇몇 인물들의 말투가 이전과 달라 성격 자체도 달리 보이는 때가 있다. 특히 범인이 그 안에 있어서 그 차이는 소설 감상에 더욱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이번 소설에서도 재즈는 언급된다. 프랑크 시나트라, 캡 칼로웨이의 노래와 지역 밴드의 연주로 빌리 스트레이혼의 곡들이 언급되는데 이전 두 소설에 비해 비중이 미미하다. 없어도 된다는 뜻. 여기에는 이번 소설에서 해리 보슈가 사랑하는 여인이 생겨 동거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지난 소설 <블랙 아이스>에서 재즈를 좋아하냐고 물었던 그 여인과 연애 관계에 있는데 그 여인은 그리 재즈를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둘이 음악을 듣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재즈 감상의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사실 음악 감상은 혼자일 때 할 수 있는 일이다. 같이서는 들을 수 있어도 제대로 된 감상을 하기 어렵다. 작가도 이를 생각해 이번 소설에서 재즈의 비중을 많이 두지 않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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