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 나쓰메 소세키 (송태욱 역, 현암사 2016)

지난 해부터 괜히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하나씩 읽고 있다. 현암사에서 나온 나쓰메 소세키 전집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물론 이전에 읽었던 <문>, <행인>, <그 후>가 좋았던 기억도 한 몫 했다.

그런 상황에서 <마음>을 읽었다. 1914년에 쓴 소설로 애초에 단편 정도의 분량으로 시작했지만 쓰다 보니 길어져 장편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선생님과 유서” 이렇게 3장으로 이루어졌지만 전체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다만 그것이 소설의 핵심 인물인 선생님의 시점이 아닌 그를 따르는 대학생 화자의 시선과 그의 가족의 삶이 개입되어 장편이 되었을 뿐이다.

책을 감싸는 띠지에 적힌 “예전에 그 사람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기억이 이번에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올리게 하는 거라네”라는 소설 속 문장이 암시하듯 소설은 질투를 주제로 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 여러 상황이 묘사되지만 결국 제목 “마음”은 “질투”를 의미한다. 그와 관계된 사건도 단순하다.

소설의 핵심 내용은 어찌 보면 세익스피어의 비극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인간적 고뇌 끝에 세상을 등질 생각을 하는 비련의 주인공 말이다. 또한 이것은 조금은 상황이나 관계가 다르지만 친구의 아내와 사랑에 빠져 사랑을 선택해 모든 것으로부터 도피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문>, <그 후> 등의 소설과 유사한 면이 있다. 어쩌면 그 상황의 종합일 지도 모르겠다. 그런 상황에서의 고민과 선택을 “마음”으로 정리하려 한 것은 아닐지.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삶의 경제적 고민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온다. 선생님 부부는 부모님께 물려 받은 재산으로 살고 있고 학생인 화자는 취직의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부모님의 재산이 그가 당장 취직을 급히 생각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안정적인 것으로 나온다. 이것은 당시 일본이 아시아에서 성장 중이었다고는 하나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부르주아적 삶을 그렸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작가가 사랑이니 마음이니 하는 추상적인 관념들, 서양 문물의 유행 등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경제적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죽기 전에 형제 사이에 재산 문제를 확실히 하라는 말이나 직장인의 월급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실제 그의 생각이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경제적인 윤택함과 빈둥거리며 세상을 관조하는 삶의 주인공의 모습은 당시 한국이 일본의 식민 지배 상태에 있었고 그로 인해 수탈을 겪고 있었던 것과 맞물려 허탈함을 느끼게 한다. 그 부유한 삶의 아래에 우리의 어려움이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 그것이 우리 문학에도 영향을 주었으리라는 생각. 그러니 일본의 지배가 한국을 근대화했다는 식의 사고는 매우 위험한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가 잃거나 얻지 못한 것도 분명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지 말자거나 반감이 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의 소설에 깃든 모던한 맛이 부러우면서 아쉬울 뿐이다. 어쩌면 소설 속 선생님이 느꼈던 “질투”인지도 모르겠다.

기억나는 문장.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은 향을 피우기 시작한 순간에 제한되는 것처럼, 술맛이 느껴지는 것은 술을 마시기 시작한 찰나인 것처럼, 사랑의 충동에도 그런 아슬아슬한 순간이 시간 위에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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