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읽다- 테드 지오이아 (임지연 옮김, 시그마 북스 2017)

테드 지오이아는 아마도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재즈 평론가, 저술가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2016년에 발간된 <How To Listen To Jazz>를 번역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참 반가웠는데 그것은 최근에 출간되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미 좋은 재즈 관련 책들이 많지만 대부분 발간된 지 오래되어 최근의 재즈를 다루지 않아 아쉬움이 많다.

엄밀히 말하면 이 책은 재즈 감상법을 주제로 하고 있기에 내용상 재즈의 현재를 꼭 반영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곳곳에 현재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 부분은 재즈를 현재의 음악으로 받아들이게 해서 좋았다. 특히 재즈의 명인들을 이야기하고 마지막에 부록 형태로 60년대 이후 출생한 재즈 연주자들의 리스트를 소개하며 감상을 권한 부분-여기엔 나윤선도 있다!-은 별 것 아닐지 몰라도 재즈 애호가들에게는 재즈 감상을 이어가는데 도움이 될만하다. (한편 이 리스트를 보면 저자가 미국에 국한되지 않고 유럽의 재즈까지 다양하게 감상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나는 이 책에 대해 아주 좋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겠다. 의도는 좋았다. 재즈를 듣고 싶어도 어떻게 들어야 할 지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길을 제시하려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디 비 전공자들에게 음악을 글로서 설명하는 것이 쉬운 일일까? 나 또한 재즈 관련 글을 오랜 시간 써왔지만 내 글이 재즈를 모르는 감상자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확신을 못하겠다.

게다가 재즈를 듣는 범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리듬의 미스터리, 음악에 들어가기, 재즈의 구조 등의 첫 3장을 통해 이런저런 감상법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일단 듣는 것이 우선이다’라 말한다. 사실 이는 틀린 말이 아니다. 저자도 언급했지만 듀크 엘링턴은 자신이 음악적으로 유일하게 하는 일은 듣기라 했다. 일단 듣고 자신이 느낀 것-좋건 싫건-의 근본적 이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모든 음악 감상의 기본이다. 따라서 아무리 길게 서술한다고 해도 이를 독자에게 전달하기란 무모한 일에 가깝다. 아예 나는 입문자에게는 재즈 책을 읽지 말기를 권한다!

3장 이후에 저자는 재즈의 역사를 사조 중심으로 간략히 설명하고 대표 곡을 몇 곡 소개하고 나아가 재즈사를 이끈 주요 인물들을 소개하고 들어야 할 앨범을 소개했다. 그런데 그 서술을 최대한 쉽게 그리고 역사적인 사실에 집중하지 않은 것은 좋았다. 그 사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를 설명하고 연주자에 대한 자신의 느낌, 중요성을 서술해 감상의 흥미를 자극했다. 여기에 곡이나 앨범을 추천한 것은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전반적으로 이 책은 재즈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재즈를 어느 정도 경험한 감상자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두서 없이 자신의 느낌만을 따라서 감상하다가 불현듯 좋아지기 시작한 재즈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을 때 선택하면 좋을 것이다. 나 또한 오랜만에 재즈사를 생각하고 지난 명인들을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 글쓰기를 생각했다. 나는 오랜 시간 재즈를 보다 널리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재즈를 듣게 하기 위해 글을 써왔다. 글쓰기 방식부터 새로운 소재의 발굴까지 나름 노력을 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재즈 감상의 방법을 제시하기 어려움을 깨달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재즈를 좋아하게 된 과정이 유일한 길이 아님을 인정해도 그것을 하나의 모범적 예로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한다. 즉,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을 주며 선택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선택해서 약을 먹이고 그 다음 행동을 지시하는 것이 실제로는 더 효과적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도 그랬다면 어땠을까? 루이 암스트롱의 음악적 위대함을 깨닫기 위해 그 이전의 음악만을 열심히 들어 의식을 초기화시켰듯이 조금은 일방적이더라도 그가 지나온 길을 중심으로 서술했다면 그의 의도가 더 효과적으로 전달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가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를 난 잘 안다. 그런 경우 감상의 폭을 좁힐 수 있다. 나아가 저자가 강조한 내일을 알 수 없는 재즈의 모습을 독자에게 이해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여기에 입문자를 위한 재즈 책의 딜레마가 있다.

한편 번역에 있어서는 읽기는 편한데 몇몇 전문 용어를 한국어로 일부러 옮기면서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아이라 기틀러가 존 콜트레인의 색소폰 연주를 두고 말했다는 “Sheets Of Sound”를 “사운드의 뒤덮음”으로 옮긴 것은 다소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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