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A Twist – Bria Skonberg (Sony 2017)

과거와 현재를 섞어 만들어 낸 행복한 음악  

새로움과 익숙함은 함께 하기 어렵다. 새롭다는 것은 지금까지 있었던 적이 없어 낯설다는 것이고 익숙하다는 것은 오랜 시간 자주 겪어 잘 알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재즈의 역사를 두고 혁명의 역사라고들 말한다. 늘 새로운 곳을 향해 역사가 진행되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재즈가 과거를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 과거를 존중하면서 그 안에서 새로움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곤 했다.

한편 새로움으로만 가득한 음악은 그만큼 공감을 얻기에 시간이 걸리고 익숙함으로만 가득한 음악은 너무 뻔해 굳이 새로 들을 필요가 없다. 따라서 함께 하기 어려운 새로움과 익숙함을 잘 어울리게 한 음악이 음악적으로 대중적으로 좋은 음악이 아닐까 싶다. 실제 재즈의 첨단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한 몇몇 인물들을 제외하고 높은 평가와 인기를 얻었던 인물들은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음악을 만들어 냈다.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앨범의 주인공 브리아 스콘버그의 음악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맑다고는 할 수 없으면서도 그렇다고 스모키하다고 할 수 없는 그 중간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한편 트럼펫 연주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는 그녀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친근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그녀의 매력을 인정하게 만드는 신선함이 깃든 음악을 들려준다. 이것은 그녀의 음악이 재즈의 과거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시절의 재즈를 즐기는 과정에서 2000년대를 살아가는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과거를 현재에 불러내는 과정이야 말로 익숙함과 신선함이 자연스레 어울리게 되는 과정이었다.

1983년 캐나다 칠리웍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운 후 7학년 무렵부터 트럼펫을 배우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그녀가 학교의 빅 밴드와 지역의 재즈 페스티벌을 통해 재즈의 매력을 맛보았던 것이 영향을 주었다. 게다가 그녀가 접했던 재즈가 1990년대 당시의 재즈가 아닌 1910,20,30년대의 재즈 그러니까 뉴 올리언즈 재즈부터 스윙 시대에 이르는 초기의 재즈였던 것은 향후 그녀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실제 그녀는 캐나다 뱅쿠버의 카필라노 대학에서 트럼펫을 전공한 후 브리아스 핫 파이브, 빅 뱅 재즈 밴드 등을 결성하는 등 본격적인 재즈 연주자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들 밴드는 모두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1910년배투버 30년대에 이르는 낭만적이고 흥겨운 재즈를 연주했다. 자신과 같은 여성 연주자들을 모아 결성했던 마이티 아프로디테 재즈 밴드(Mighty Aphrodite Jazz Band)에서도 비밥 시대 이전의 재즈를 연주했다. 이외에 캐나다의 스윙의 왕이라 불리는 색소폰 연주자이자 빅 밴드의 리더인 달 리차드의 오케스트라와 활동을 함께 하는 등 꾸준히 뉴 올리언즈 재즈부터 스윙 시대에 이르는 재즈를 탐구했다. 이것은 2010년 보다 큰 꿈을 안고 뱅쿠버를 떠나 미국 뉴욕으로 건너온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여기까지 보면 그녀가 철저한 복고주의자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과거의 향수에만 젖어 있지 않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으로부터 100년이 지난 시대에 살고 있음을 명확히 인식했고 과거의 음악 안에서 자신만의 음악, 동시대를 살아가는 감상자들의 폭 넓은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첫 앨범 <Fresh>(2009)를 시작으로 미국에서의 첫 앨범 <So Is The Day>(2012)과 <Into Your Own>(2014)을 거쳐 지난 해 발매되어 캐나다의 주노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앨범 <Bria>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과거의 낭만 어린 사운드와 현재의 감상자들이 좋아하는 팝적인 사운드를 결합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앨범 <With A Twist>도 마찬가지다. 키보드와 아코데온을 연주한 노장 길 골드스타인을 비롯해 설리번 포트너(피아노), 스캇 콜리(베이스), 맷 윌슨(드럼) 등 현재 미국 재즈를 이끌고 있는 일급 연주자들이 함께 한 이 앨범에서 그녀는 밝고 경쾌한 트럼펫 연주와 백인 여성 보컬의 산뜻한 매력을 살린 노래로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음악, 세련된 과거, 친근한 현재를 느끼게 해주는 음악, 나아가 브리아 스콘버그라는 트럼펫 연주자겸 보컬의 매력을 담뿍 담은 음악을 들려준다.

과거와 현재의 어우러짐은 레퍼토리에서부터 발견된다. 먼저 니나 시몬의 노래로 잘 알려진 스탠더드 곡 “My Baby Just Care For Me”를 시작으로 페기 리의 노래로 유명한 “Alright OK You Win”에서는 퀸시 존스의 “Soul Bossa Nova”를 결합하더니 1950년대에 활동했던 여성 보컬 베티 허튼의 노래로 알려진 “It’s Oh So Quiet”, 1920년대와 30년대에 그녀에 앞서 트럼펫을 연주하며 노래했던 발라이다 스노우의 히트 곡 “High Hat, Trumpet and Rhythm” 등을 통해 과거에 대한 그녀의 폭 넓은 관심과 사랑을 드러냈다.

이 과거의 곡들을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해 연주하고 노래하면서도 브리아 스콘버그는 현대적인 질감, 대중적인 요소를 부여했다. “It Oh So Quiet”이 좋은 예이다. 이 곡을 노래한 베티 허튼이 시대를 가로지르는 인기를 얻지는 못했던 만큼 재즈를 잘 모르는 팝 애호가들은 물론 재즈 해호가들 모두 이 곡 하면 아이슬랜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비욕이 1995년도 앨범 <Post>에서 노래한 버전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비욕의 버전은 전반적인 곡의 흐름은 베티 허튼의 것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브라스 사운드의 명도, 이로 인한 뮤지컬적인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더 세련된 면을 보였다. 브리아 스콘버스의 연주와 노래 또한 베티 허튼 보다 비욕의 버전을 다시 재즈적인 스타일로 고쳤다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과거의 곡을 노래했다는 느낌을 넘어 지금 이 시대의 곡을 노래했다는 느낌을 준다. 비욕의 버전 또한 세상에 나온 지 20년이 넘었지만 말이다.

. “My Baby Just Care For Me”도 화창한 날을 연상시키는 산뜻하고 밝은 브라스 섹션의 강조로 다른 재즈 보컬이나 연주자들의 버전에 비해 한층 대중 친화적인 면을 보인다. 한편 “High Hat, Trumpet and Rhythm”은 뉴 올리언즈 재즈가 우리가 알고 있는 재즈의 역사가 아닌 시간의 흐름 속에 독자적인 변화를 거친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담아낸 듯 하다.

 

한편 캐나다의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의 “Dance Me To The End Of Love”-국내에서는 “벙어리 바이올린”으로 번안되어 인기를 얻었던-와 현재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영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의 “Thinking Out Loud”를 연주한 것은 상당한 의외로 다가온다. 그나마 “Thinking Out Loud”는 복고적인 스타일의 재즈 곡으로 바꾸어 그녀의 복고적 취향을 다시 확인할 수 있게 해주지만 길 골드스타인의 아코데온 연주와 그녀의 뮤트 트럼펫 그리고 개슬린 네스터와 쉐릴 헨즈의 플루트가 나른한 분위기를 연출한 “Dance Me To The End Of Love”는 앨범에서 가장 색다른 느낌을 준다. 재즈 외에 팝에 대한 관심과 그 곡들을 자기 식으로 노래하고 연주할 수 있는 그녀의 능력을 드러낸다고 할까?

세 곡의 자작곡도 현재와 과거를 모두 느끼게 해준다. 오르간 연주를 배경으로 먼저 밝고 산뜻한 그녀의 노래가 돋보이는 “How I Know”에서는 재즈가 아닌 보통의 음악 감상자도 듣기에 부담이 없는 팝적인 감각이, 낭만적 흥겨움을 느끼게 해주는 “Some Kind Of Crazy”에서는 라틴 리듬을 활용한 세련됨이, 인트로에서 트럼펫 연주자 디지 길레스피의 “Dizzy Atmosphere”를 차용한 “Time To Go”에서는 산뜻한 노래만큼이나 뛰어난 트럼펫 연주력이 돋보인다.

 

한편 “Dance Me To The End Of Love”같은 예외도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번 앨범의 분위기는 긍정과 낙관의 정서, 일상의 피곤을 잊고 음악을 듣는 순간에만 몰입하게 만드는 순간적 행복의 정서로 가득하다. 특히 앨범의 중반부에 배치된 “Alright Okay You Win”, “Cocktails For Two”, “What Ever Lola Wants”는 절로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것은 평소 음악을 통해 부정적인 것을 지우고 사랑과 낙관으로 채우고자 하는 그녀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뉴욕으로 건너온 후 여러 공연을 통해 그녀가 체험한 파티 문화-과거의 흥겨운 재즈부터 라틴 음악에 이르는-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앨범을 듣는 당신도 마음 맞는 사람들과 편안한 이야기를 나누며 술 한 잔을 기울이는 즐거운 파티에 온 듯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그녀를 동시대의 재능 있고 인상적인 뮤지션이라 정의했다. 재즈 전문지 “다운비트 매거진”은 재즈의 미래를 이끌 25명의 연주자중 한 명으로 그녀를 지명했다. 대중 문화 전문지 “배니티 페어”는 재즈계를 뒤흔들 인물로 그녀를 언급했다. 약간의 과장이 있을 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평가는 현재로서는 유효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무엇보다 전통을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수구(守舊)적이지 않으며 그렇다고 새로움을 위해 과거를 부정하지도 않는 그녀의 자세는 대중적인 측면과 음악적인 측면 모두에서 신선한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다. 이 앨범이 그 좋은 예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