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리치 (Buddy Rich 1917.09.30 ~ 1987.04.02)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영화 <위플래시>에서 세이퍼 음악원의 신입생 앤드류 네이먼은 최고의 드럼 연주자가 되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이런 그가 우상으로 삼은 연주자는 버디 리치.

이 부분에서 여러 재즈 애호가들은 왜 하필 버디 리치일까? 의아해 했을 것이다. 실제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태어난 이 드럼 연주자는 다소 낡은 느낌을 준다. 아트 블래키나 맥스 로치 같은 하드 밥 시대의 명장이 우상으로 등장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다.

그러나 버디 리치가 드럼 연주는 물론 빅 밴드의 리더로 범접하기 어려운 존재감을 드러냈음을 생각하면 치열하다 못해 전투적으로 연습하는 앤드류 네이먼에게는 그만큼 적절한 우상이 없지 않나 생각되기도 한다.

실제 버디 리치는 재즈 드럼 연주에 필요한 기교, 리듬감, 힘, (타격) 속도 등 모든 면에서 당대의 연주자들을 압도했고 그의 평생 지속되었다. 그에 한 세대 앞섰던 또 다른 드럼 연주의 명인 진 크루파조차도 최고의 드럼 연주자로 그를 뽑을 정도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일체의 교육 과정 없이 오로지 독학으로만 연주법을 익혔다. 1917년 9월 30일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그는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을 때부터 스푼 등을 일정한 박자로 두드리는 등 탁월한 리듬감을 보였고 이내 생후 18개월무렵에 보드빌쇼 “Baby Traps the Drum Wonder”에 출연해 연주하는 등 일찌감치 드럼 연주자로서 천부적인 재능을 드러냈다.

그는 정규 교육이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저해한다고 생각했다. 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악보 또한 볼 줄 몰랐다. 대신 그는 곡을 외웠다. 그렇게 악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후 자신의 본능을 따라 자유로이 연주를 펼쳤다. 그 결과 새롭고 화려한 그만의 연주법이 완성되었고 이것은 이후 등장한 연주자들의 모범이 되었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10대 초반부터 자신의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지만 전문 연주자로서의 경력은 20대부터 시작되었다. 1937년 클라리넷 연주자 조 마살라의 밴드에 참여하게 된 것. 이후 버니 베리건, 아티 쇼, 토미 돌시 등의 오케스트라 등에서 활동하며 드럼 연주자로서의 위상을 높여갔다.

1946년부터는 자신의 빅 밴드를 이끌기 시작했다. 여기서도 그는 리더로서 탄탄한 빅 밴드 사운드를 만드는 것 외에 화려한 드럼 연주로 감상자를 사로잡았다. 이러한 활동은 1987년 4월 2일 악성 뇌종양으로 수술을 받던 중 심장 발작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어졌다. 그의 음악은 언제나 흥겨웠으며 언제나 역동적이었다.

평소 그는 재즈 외의 음악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공공연하게 컨트리, 록 등에 거부감을 표현할 정도였다. 영화 <위플래시>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 앤드류 네이먼의 방을 자세히 보면 그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가 보인다. 그리고 그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드럼 연주) 능력이 부족한 연주자는 록 밴드에서나 연주하게 된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단순히 다른 장르의 음악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재즈를 사랑했으며 연주자로서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고한 자부심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한편 이런 비하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주는 재즈 드럼 연주자들을 넘어 록 드럼 연주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레드 제플린의 존 본햄, 딥 퍼플의 이언 페이스, 블랙 사바스의 빌 워드, EL&P의 칼 파머, 제네시스의 필 콜린스 등 록의 역사를 빛낸 많은 드럼 연주자들 등 많은 연주자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러쉬의 드럼 연주자 닐 퍼트는 사이먼 필립스, 스티브 스미스, 스티브 갯, 맥스 로치, 빌리 코브햄 등 재즈와 록에서 활동하는 당대 최고의 드럼 연주자들을 모아 추모 앨범 <Burning for Buddy: A Tribute to the Music of Buddy Rich>를 제작할 정도로 그를 존경했다.

그의 빅 밴드 음악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현대적인 면을 획득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스윙 시대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그의 이름이 낡은 느낌을 주는 것은 그가 100년 전의 사람이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어쩌면 그의 음악이 스윙 시대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현재 버디 리치의 음악은 상대적으로 덜 조명 받는 것 같다. 국내에서는 더 그런 듯 하다.

하지만 그의 드럼 연주만큼은 시간을 초월한다. 단언컨대 그의 연주는 지금 들어도 대단하다. 이것은 스윙 재즈 애호가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재즈를 모르는 감상자라도 상관 없다. 록이나 다른 장르를 좋아하는 감상자라도 상관 없다. 누가 되었건 그의 드럼은 감상자를 웅장하고 화려한 리듬의 파도 속으로 빠트린다. 그리고 속에서 환희를 느끼게 한다.

올 해는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에다. 아직 그의 연주를 제대로 맛보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에 한번 감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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