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 And Coming – John Abercrombie (ECM 2016)

ja기타 연주자 존 애버크롬비는 혼자서도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늘 솔로 연주만 할 수 없는 법. 즉흥 연주만큼 인터플레이도 중요하듯이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하는 것도 잘 해야 한다. 실제 이 노장 기타 연주자는 젊은 시절부터 홀로가 아닌 함께 하는 연주를 즐겼다. 재즈와 록을 결합했던 트리오 게이트웨이, 또 다른 기타 연주자 랄프 타우너와의 듀오, 피아노 연주자 리치 바이라흐와 함께 했던 쿼텟, 베이스 연주자 마크 존슨 드럼 연주자 피터 어스카인과 함께 했던 트리오, 오르간 연주자 댄 월, 드럼 연주자 아담 누스바움과 함께 했던 트리오, 바이올린 연주자 마크 펠드만 등과 함께 했던 쿼텟 등 그의 음악 활동에는 비교적 장기간 함께 하며 음악적 아이디어를 만들고 발전시키는 동료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의 활동을 조금은 거칠게 종합하면 어떤 편성에서건 다소 진보적인 성향의 음악을 추구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색소폰 연주자 조 로바노, 베이스 연주자 드류 그레스, 드럼 연주자 조이 배런과 쿼텟을 이루어 녹음했던 앨범 <Within A Song>부터 기타 연주자의 음악은 이전에 비해 재즈의 전통적인 모습을 많이 드러내었다. 그리고 이것은 조 로바노가 빠지고 피아노 연주자 마크 코플랜드가 가세한 2013년도 쿼텟 앨범 <39 Steps>에서도 지속되었다. 이 앨범에서 그는 전통적인 쿼텟 연주가 주는 편안함, 안정감이 돋보이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3년 만에 같은 멤버로 녹음한 이번 쿼텟 앨범도 마찬가지다. 모나지 않은 차분하고 부드러운 사운드가 쿼텟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그런 중에 이전 앨범에서 한층 더 나아간 부분도 있다. 바로 존 애버크롬비와 마크 코플랜드의 호흡이다. 피아노 연주자가 아직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던 시절부터 알아온 두 사람은 연주는 물론 정서적인 부분에 있어서 교감을 넘은 공감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은 피아노 연주자의 정서적인 면을 기타 연주자가 수용하면서 이루어진 측면이 크다.

마크 코플랜드는 평소 시적인 연주를 즐겼다. 그리고 그 시적인 면은 멜로디나 코드 하나로 수렴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부분이 강했다. 그것이 존 애버크롬비에게도 영향을 끼친 듯하다. 피아노 연주자가 작곡한 “Tears”가 그 좋은 예일 것이다. 이들 곡은 평소 멜로디가 선연하면서도 그 자체에만 집중하지 않은, 이를 공간적으로 흩트려 움직이는 구름처럼 매 순간 색다른 풍경을 그리게 만들곤 했던 그의 음악적 개성이 잘 드러난다. 그리고 이것은 기타 연주자가 쓴 곡들, 이를테면 환희를 이야기하면서도 매우 차분하고 담담한 “Joy”같은 곡에서도 드러난다.

그렇다고 앨범의 중심이 마크 코플랜드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앞서 함께하는 연주자들에 따라 음악적인 변화를 가져왔던 존 애버크롬비의 음악적인 자세가 이번 쿼텟 연주에서도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피아노 연주자의 매력을 수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그만의 연주와 사운드를 만들어 내었다. 공간 속으로 퍼지는 마크 코플랜드의 명상적인 느낌의 연주 위로 여유롭게 멜로디를 만들어 내는 따스한 톤의 솔로로 곡의 균형과 흐름을 명확히 한 것이 그렇다. 그런 면에서 기타와 피아노의 매력이 수렴되어 아름다움을 발산한 “Up And Coming”은 진정 앨범 타이틀 곡이 될만하다. 이 외에 정서적으로는 서로 대조를 이룰법한데 실은 잘 어울리는 “Joy”와 “Tears”도 기타 연주자와 피아노 연주자의 이상적인 어울림, 이 쿼텟의 음악적 정수를 느끼게 해준다.

전면에 나선 두 연주자만을 두고 이야기했지만 드류 그레스와 조이 배런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모든 곡이 미디엄 템포 이하의 속도로 서정성을 강조해 연주되었기에 베이스와 드럼이 한발 뒤로 물러서야 하기는 했지만 서정성의 농담, 입체적인 어울림에 있어서는 두 실력자의 힘이 크다. “Silver Circle”은 특히 두 연주자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연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마일스 데이비스의 곡을 연주한 “Nardis”에서는 그 움직임이 절묘해 단단하게 결합된 한 단위로서의 쿼텟을 느끼게 해준다.

존 애버크롬비의 음악이 과거에 비해 보다 안정적으로 바뀌게 된 데에는 아무래도 그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제일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지난 시절에 향수를 느끼게 되었으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그는 시선을 무작정 과거로 돌리지 않았다. 그런 중에도 새로움에 대한 욕망을 줄이지 않았다. 과거에서 새로운 출발점을 찾았다 할까? 따라서 이 앨범은 익숙함으로의 회귀가 아닌 어쩌면 과거의 자신이 했어야 했다고 생각되는 음악의 뒤늦은 실현일 지도 모른다.

5 COMMENTS

  1. ecm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미리듣기를 들어보고 흥미가 당기던 참에 이런 긍정적 리뷰까지.. 음반주문을 넣었습니다. CD세대인지라 아직은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들어보고 맘에 드는 음반은 구입해서 듣는데 점점 얇아지는 지갑에 음반구입도 뜸해지네요.
    ecm은 어찌된 일인지 한동안 뉴시리즈 쪽으로만 사게되었다가 오랜만에 재즈쪽 음반을 질러봅니다. 제게 ecm 애버크롬비의 리더작이 조금 있는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open land뿐이네요. 리뷰를 읽고 오랜만에 먼지를 털고 들어보니 역시 세련되고 이지적인 아늑한 공간이 펼쳐지며 기분이 이완됩니다. 그래서 지른김에 세션에 있던 케니 휠러의songs for Quintet도 같이 주문했습니다. (미리듣기가 마약이네요.ㅎ) 그런데 휠러가 사망한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갑자기 변하는 날씨처럼 많은 연주자들이 나타나고 사라졌더라구요..(이런 무심한 재즈팬이..ㅠㅠ) 그래서 또 저세상으로 떠났다는 키쿠치의 black orpheus도 같이..

    ecm카탈로그를 보니 Django Bates의 트리오앨범이 최근 발매작이던데 저는 처음 들어보는 연주자네요. 미리듣기 해보니 온건하니 좋았는데.. 리뷰하신 게리피콕의Now this와 다음앨범인Tangents쪽이 먼저인거 같아서 이래저래 지갑은 말라만 갑니다. 최근 ecm도 고집을 꺾고 타이달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는데 저같은 소시민 음반수집인은 슬슬 도태될 날이 머지않은거 같아요..
    주절주절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ECM을 좋아하시는군요. ㅎ 존 애버크롬비나 케니 휠러의 앨범은 어떤 것이건 일정 이상의 만족을 주죠. 저도 좋아합니다. ㅎ 아 마사부미 기쿠치의 앨범도 좋구요.

      그런데 그 전에 쟝고 베이츠의 이번 앨범이 참 좋다는 말씀을 하고 싶네요. 이 피아노 연주자는 90년대 중후반 재즈와 현대 클래식 레이블에서 앨범을 내면서 나름 잘나갔던 연주자입니다. 스크류건 레이블에서의 앨범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앨범이구요.

      그런 중 보기 힘들었던 트리오 앨범을 이번에 녹음했는데 그것이 참 매력적입니다. 어찌보면 평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연주인데 그것이 평소 그리 연주하지 않았던 쟝고 베이츠이다 보니 참 새롭게 느껴지더라구요. ㅎ

    • 관록의 연주자였군요. 미리듣기에 제공된 동영상을 볼 때도 묵묵함 너머로 뭔가 포스가 느껴지더군요.ㅎ 이렇게 좋은 연주자를 또 알아가게 되었네요. 관심을 갖고 이번 음반을 노려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2. ecm 앨범을 오랜만에 감상합니다만, 역시… 편안합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편안함을 느끼게 되네요^^ 주말 오후 이 시간에 감상하니 꽤 좋습니다.

    • 이제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음악들입니다만 그래도 진부한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 ecm의 음악이죠. 존 애버크롬비의 이번 앨범도 그랬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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