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 Else – Cannonball Adderley (Blue Note 1958)

<Somethin’ Else>를 정말 캐논볼 아들레이의 앨범으로 볼 수 있을까? 마일스 데이비스가 주도하는 뭔가 다른 것-Somethin’ Else!-이 아닐까? 아무런 생각없이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생겼던 의문이었다. 왜냐하면 테마나 솔로를 리드하는 것은 캐논볼이 아닌 마일스 데이비스였기 때문이다. 이 앨범을 녹음할 당시 캐논볼 아들레이는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의 일원이었다. 게다가 마일스 데이비스는 자신의 스타일을 확립한 이후부터는 다른 연주자의 앨범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이 앨범은 마일스 데이비스가 캐논볼 아들레이에게 준 일종의 기회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러나 이 마에스트로는 참을성을 보이지 못하고 이 앨범에서도 자신의 카리스마를 내세운다. 그래서 캐논볼 아들레이의 이름을 걸고 발표되었지만 정작 마일스 데이비스가 주인행세를 하는 앨범이 탄생한다. (누구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콜롬비아 레코드가 아닌 블루노트 레코드에서 음반을 내기 위해 캐논볼을 앞세웠다고도 하는데 마일스가 왜 블루노트에서 음반을 내었어야 하는지 근거를 알 수 없다.)

리더 아닌 리더가 숨어 있는 이 앨범은 그래서 두 가지 힘이 상호 교차한다. 이미 마일스는 당시 특유의 뮤트 트럼펫과 함께 쿨 재즈의 선구자로 인정 받고 있었다. 반면 캐논볼은 대체적으로 밥 계통의 연주를 들려주고 있었다. 이런 두 개의 힘이 이 앨범에서 만나고 있다. 그런데 그 결과는 대립적이기보다는 의외로 무척이나 조화적이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은 의외로 활기있게 하드 밥류의 연주를 들려주고 있고 오히려 캐논볼은 약간은 침착하고 조용한 연주를 들려준다.-이 점도 진정한 리더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아니었나?라는 의문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이 앨범이 일종의 필수로 인식되는 것은 재즈사상 최고의 버전으로 일컬어지는 ‘Autumn Leaves’ 때문일 것이다. 11여분에 달하는 이 연주는 미디엄 템포로 뜻밖의 인트로로 시작된다. 리듬 섹션의 단순한 제시와 두 혼 연주자의 화답으로 진행되는 이 인트로는 사실 그렇게 독창적인 것이 아니었다. 우연히 몇 년 전에 아마드 자말의 한 앨범을 들을 수 있었는데 거기에서도 이와 비슷한 인트로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드 자말 역시 고엽의 연주로 유명한 것을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이 인트로는 아마드 자말의 영향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올 여름 파리 재즈 페스티벌을 위해 지미 콥을 중심으로 뭉친 현대 재즈인들의 <Kind Of Blue 앨범의 재현 공연에서 앵콜로 연주된 이 곡의 인트로도 역시 같았다. 분명, 이 ‘Autumn Leaves’의 인트로는 아주 특이한 면이 있다. 이 곡에서 마일스는 테마 근처를 오가는 솔로를 들려준다. 그리고 캐논볼의 솔로는 무척이나 선율적이다. 여기에 마일스의 테마 연주를 살짝 변형한 듯한 행크 존스의 피아노 솔로가 첨가된다. 이 곡의 연주는 곡 자체가 지닌 분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나가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9분이후 끝이 날 듯하면서도 끝이 나지 않고 강약을 조절하며 진행되는 부분은 서정성이 가득 드러난다. 정말 누구나 들어도 단번에 반할 수 있는 연주다.

한편 ‘Autumn Leaves’ 외에 다른 곡들은 모두 하드 밥의 형식을 준수하고 있다. 두 리더가 주고받는 테마가 인상적인 타이틀 곡 ‘Somethin’ Else’, 불루스 곡 ‘One For Daddy-O’, 또 하나의 스탠더드 ‘Love For Sale’, 그리고 캐논볼 아들레이의 힘차면서 부드러운 연주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발라드 ‘Dancing In The Dark’까지 어떤 새로운 연주를 내세운다기 보다는 기본적인 하드 밥의 이디엄을 준수하면서 그 안에서 여유로이 자신들의 감각을 멜로딕하게 펼쳐 나가는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일방적으로 하드 밥 시대의 앨범들은 특히나 라이브 적인 성격이 강했다. 지금보다 각 곡들 사이의 유기적인 관련이 적으면서 그런 부족한면은 라이브처럼 단번에 연주하는 것으로 해결된다. 이 앨범도 단 하루만에 녹음되었는데 전체적인 사운드의 균질성이 다른 앨범보다 더 잘 느껴진다. 마치 각 곡 사의의 휴지가 없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여기에 캐논볼이 색소폰을 연주하며 움직일 때마다 살짝 변하는 공간감은 이 앨범이 지닌 라이브적인 성격을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기에 이르는 짧은 기간동안의 재즈가 자기 정체성이 가장 확실했고-늘 이 정체성을 탐구하고 자신을 개혁하려는 것이 재즈사가 보여주는 것이지만- 가장 아름다웠던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중에서 이 앨범은 그 아름다움을 듬뿍 느끼게 하는 앨범이다. 그리고 즐거운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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