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Night The Moon Came Dropping Its Clothes In The Street – John Hassell (ECM 2009)

JH

트럼펫 연주자 존 하셀의 이번 앨범은 ‘어제 밤 달이 거리에 옷을 떨어뜨리며 다가왔다’는 다소 길면서도 독특한 앨범 타이틀이 눈에 띈다. 그런데 앨범의 구성과 그 사운드를 보면 이 타이틀이 참 적절한 것임을 알게 된다.

앨범에 담긴 사운드는 닐스 페터 몰배의 공상 과학적인 면이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어떤 우주적인 사운드라 보기엔 곤란한 면이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 오로라처럼 모든 것이 형체를 잃고 유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운드는 멜로디나 리듬에 근거한 것이라기 보다 존 하셀이 설정했을 서사적 분위기의 흐름을 따른다. (물론 리듬, 멜로디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것 또한 얇은 막처럼 끝없이 확장을 거듭하는 사운드에 흡수되어 상당히 희미하게 나타난다.) 그 분위기는 바로 앨범 타이틀에서 언급된 ‘달이 남긴 옷’ 그러니까 밤을 밝히는 달 빛이다. 스스로 형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비추는 대상에 의해 사건처럼 형체를 드러내는 그 빛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앨범이 상당히 시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말라르메나 랭보의 19세기 상징주의 시를 생각하게 한다. 내가 이 앨범을 SF적 상상과 거리를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튼 저 깊은 어둠의 심연이 단순히 검정색이 아님을 밝히는 듯한, 그 속을 비춤으로써 어둠의 깊이를 강조하는 듯한 빛의 사운드에 잠시 매혹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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